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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프랑스 샴페인의 고향 샹빠뉴(Champagne) 지방으로 떠난다.

그 곳은 연간 평균 기온이 10°C라는 좋지 않은 기후 조건이다. 이 지방에서 자란 포도는 신맛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지방에서 만드는 발포성 와인의 예리하게 끊는 맛에 기여를 하고 있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빠뉴(Champagne)라는 지방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이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은 '뱅 무쐬(vin Mousseux, 거품 와인)‘, '크레망(Crément)' 등으로 부른다. 아니면 영어로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라고 한다. 샴페인에서 거품이 나는 것은 미처 알코올로 변하지 못한 포도의 당분 그리고 첨가시킨 당분과 효모가 2차로 발효할 때 발생한 탄산가스가 와인 병 속에 가라앉았다가 마개를 땀과 동시에 분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샹빠뉴 지방은 가을에 포도를 수확하여 발효시키다 보면, 겨울에 날씨가 추워 발효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그 이듬해 봄부터 다시 발효가 시작된다고 한다. 흔히 병이나 큰 탱크 같은 저장고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데, 그 방법에 따라 맛과 가격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각각의 병에서 발효시키는 것이 더 비싸다. 샹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각각의 병에서 2차 발효를 시킨 것들이라고 한다.

영어 식 발음으로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빠뉴(Champagne) 지방에서 나오는 발포성 와인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프랑스어의 ‘-gn’ 발음을 잘 못해 ‘샹빠뉴’대신에 자기들 마음대로 ‘샴페인’이라 발음해서 이런 혼돈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모든 발포성 와인이 샴페인인 듯 착각하고 있으나 사실 샴페인은 으로 나오는 발포성(스파클링) 와인만을 가리키는 고유 명칭이다. 프랑스 샹빠뉴 지방의 샴페인 제조방식은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페인 중심으로 탱크 속에서 2차 발효를 시키는 ‘샤르마 방식’도 있다.

샴페인이 모든 발포성 와인의 대명사가 된 것에는 동 뻬리뇽 수도사의 역할이 크다. 아마 자기 이름이 이렇게까지 유명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동 뻬리뇽(Dom Pérignon)은 프랑스 샹빠뉴 지방의 오빌레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사이며 와인 제조 책임자였다. 때는 17세기 중엽 무렵이다.  어느 날 그는 와인 창고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와인들이 터지면서 내는 ‘펑, 펑’ 소리를 들었다. 애써 만든 와인들이 터지는 소리에 농민들은 매우 속이 상했다. 이 현상은 샹빠뉴 지방이 추워서 겨울동안 발효를 멈추고 있던 와인이 봄이 되자 병 속에서 다시 발효를 하면서 생긴 탄산가스가 병마개를 날려 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이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포성 와인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샹빠뉴 지방이 빠리보다도 북쪽에 위치해 있으니까 햇볕이 모자라 옛날부터 알코올 도수가 낮고 신맛이 강한 와인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이런 발포성 와인 개발의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동 뻬리뇽 수도사가 이루어 낸 업적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병 속에 있는 탄산가스, 즉 거품을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코르크 마개를 발명했다. 이로써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코르크가 발명되기 전에는 나무에 기름 바른 헝겊을 씌워 막았다고 한다. 애써 만든 와인이 마개가 터져 버리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그리고 병 속에서의 발효 조절 방법을 개발하여 기포를 조절하는 기술을 만들어 주었다. 둘째, 샴페인 제조의 핵심인 블랜딩 방법으로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을 블랜딩하여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셋째, 적 포도를 넣고 얕은 압력장치 속에서 빨리 압착했을 때 흰색의 포도즙을 얻어낼 수 있는 압착기술을 고안했다.

삼페인에 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오늘 와인 읽기를 마치고, 뒤에서 더 이어간다.


앞 라벨
(1) CHAMPAGNE(샹빠뉴, 샴페인): 프랑스 샹빠뉴 지역에서 나온 스파클링 와인 이름이며, 이 포도가 나온 산지 이름이기도 하다.
(2) DIDIER CHOPIN(디디에 쇼팽): 샴페인 회사 이름이며, 동시에 와인 상표 이름이기도 한다.
(3) PRODUIT DE FRANCE(프로두이 드 프랑스): 프랑스 산이라는 말이다.
(4) GRANDE RÉSERVE(그랑드 레제르브): 엄선된 포도로 만들었다는 뜻 같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난-빈티지(Non-Vintage)이다.  뒤에서 설명할 생각이다.
(5) BRUT(브뤼): 스위트하지 않고 드라이하다는 말이다. 이 당도 문제도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다.


뒷 라벨
(1) CHAMPAGNE/DIDIER CHOPIN?BRUT GRANDE RESERVE : 앞 라벨의 내용을 다시 명기한 것이다.
(2) 프랑스어로 쓰인 문장을 해석하면, "이 그랑드 레제르브의 조화(심포니)는 100% 샤르도네 품종으로만 사용한 블랑 드 블랑"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내용인데, 샴페인은 세 가지 품종을 재배해서 블랜딩하여 만든다. 그 중에 적 포도도 있다. 피노 누아르, 피노 뫼니에르 그리고 샤르도네를 섞어 만든다. 같은 품종도 여러 지역 밭에서 수확한 것을 섞는 것이 특징이다.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들과 달리 샴페인은 품종과 산지 그리고 생산 연도가 각각 다른 와인들을 혼합하여 훨씬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샴페인이 된다. 이 블랜딩 기술이 샴페인 제조의 정수이다. 따라서 같은 샴페인이라 하더라도 아주 드라이한 맛에서부터 단맛에 이르기까지 입 안에서 느끼는 감촉은 여러 가지이다.

대부분의 샴페인은 적 포도와 청포도를 섞어 양조하고 있지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혼합해서 만든 것도 있으며 비율에 따라 느낌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혼합되는 포도의 수확 연도는 가지각색이지만 포도의 수확 상태가 특별하게 좋은 해는 그해의 포도만을 사용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빈티지 샴페인’이라고 해서 보다 고가의 샴페인이 된다. 보통 적 포도와 청포도를 섞어 양조하지만 청포도 혹은 적 포도만으로 만든 샴페인도 있다.
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청포도만을 사용한 샴페인으로 섬세한 맛이다.
②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 적 포도만을 사용한 샴페인으로 깊은 맛이 있다.

(3) issue des Coteaux de la Vallee de la Marne: 이 샴페인의 포도 산지는 마른느 계곡의 작은 언덕이다. 오늘 공유하는 지도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4) 알코올은 12%이고 용량은 750ml 이다.
(5) 맨 마지막 무수아황산이 함유되어 있다는 말이다. 의무 표기 사항이다. 무수아황산은 양조하며 자체적으로 생긴 것으로 천식 환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늘 아침은 처음으로 한시를 공유한다. 시의 첫 구는 <장자>에 나오는 예화란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혜왕에게 대진인이 이 비유로 말한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가 있는데 촉씨라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라 부릅니다. 이들은 서로 땅을 다투며 수시로 전쟁을 하는데 전사자가 수만이라 합니다. 패배자를 쫓을 때는 십오 일 이후에나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우주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달팽이 뿔 위의 다툼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인 백거이의 이름을 나는 좋아한다. 그의 이름은 『중용』14장에 나오는 "군자거이사명(君子居易俟命, 군자는 평범한 자리에 살면서 천명을 기다린다)"라는 말의 거이(居易)를 따온 것이라 한다. '거이'는 거할 거+평범할 이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니까 '평범한 곳에 거한다'는 뜻이다. 또 그의 자가 낙천(樂天)이라 한다. 이는 『주역』의 "계사편"에 나오는 "낙천지명고불우(樂天知命故不憂, 천명을 즐기고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로 생활했기 때문에 중앙정치 무대의 격심한 당쟁에 휘말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그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안 된다. 몇일 전부터 동네 일로 혼자 마음 고생한다. "순간의 삶"인데 이 세상 웃으며 즐겁게 살자고, 시인은 술잔을 마주하고 권한다는데 말이다.

대주(對酒)/백거이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순간의 삶이거늘
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지니
입 벌려 웃지 않으면 그야말로 바보

다시 와인 이야기로 넘어 온다. 좋은 샴페인이 나오기까지 노력한 또 한 명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미망인 마담 클리코 뽕샤르댕(Veuve Clicquot Ponchardin)이다. 당시 샴페인 제조의 문제점은 압력과 찌꺼기 처리였는데, 압력은 단단한 병의 도입으로 해결되었지만, 병 속의 2차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 처리는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찌꺼기를 걸러 낸 다음 마개를 닫는 전통적 방식으로 하게 되면 기포가 많이 빠져나가 샴페인으로서 맛을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그녀이다. 그녀는 발효기간 동안 샴페인 병을 거의 매일 조금씩 돌려 그 찌꺼기를 병목부분으로 모아 마개를 열 때, 그 압력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르 리뮈아쥐(리들링)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샴페인 산업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그녀는 프랑스 왕과의 식사에서 ‘짐은 곧 국가’라는 말에 ‘저는 곧 샴페인입니다.’라고 답한 여걸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동 뻬리뇽 수도사를 “샴페인의 아버지”로 추대하고 있다. 이 “뀌베 동페리뇽” 명품 샴페인이 나온 것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샴페인은 뤼이 뷔똥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큰 샴페인 회사 <모에 앤드 샹동(Moët & Chandon)>사가 동 빼리뇽 수도사를 기리기 위해 상표로 만든 와인이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과 1981년 찰스 황태자와 다이아나의 결혼식에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뀌베 동뻬리뇽> 이야기와 샴페인 양조 방법 그리고 샴페인의 뒷이야기들은 다음 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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