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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오세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천국은 따분하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귀찮고 힘든 일상이 짓누르는 어려움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최근에 간신히 기억하고 있는 좋은 기도 문장 하나 공유한다. "기복이나 행운을 빌기보다는 감사해 하며 살고 싶어요./대박을 원하기 보다 자족, 가진 것에 만족해 하며 살고 싶어요./기적보다는 일상에 더 치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12월이 거의 다 가며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해도, 나는 기복보다는 감사, 대박보다는 자족, 기적보다는 일상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이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가?"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집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이 답은 이 성경 구절에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매일의 삶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예수를 알아 뵙고 섬기는 것이다.

2018년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마지막 심지"를 아름답게 "연소" 시키고 싶다.

12월/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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