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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스페인 셰리 와인

1775.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스페인 셰리 와인
(2021년 10월 9일)


오늘은 한글날로 2013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되어 휴일이다.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 서로 맞지 않은 바,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여도 마침내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함이 많음이라. 내 이를 불쌍히 여기어 새로 스물 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나날이 사용함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세종대왕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드신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더 자유롭고 편하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고, 소리의 표현은 일본어는 약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여개인데 반해 한글은 무려 1만1000개 이상을 낼 수 있다.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이다. 세계서 유일하게 문자를 기념하는 나라가 우리이다.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동시에 깊어 가는 가을이다. 오늘 아침은 일찍 주말 농장에 나갔다. 반가운 사람들과 '멋진' 조찬 파티를 했다.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에는 정원 문화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라에는 텃밭 문화 밖에 없다. 정원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없는 것을 심는 것이고, 텃밭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있는 것을 심는 거다. 그런데 우리들의 주말 농장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오늘 사진이 그 거다. 내 밭 이웃은 자신이 수확한 것들로 감자탕을 끓여 왔고, 다른 이는 막걸리도 가지고 왔다. 뿐만 아니다. 향기가 좋은 이디오피아 커피와 디저트, 어느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없었다. 오늘 시처럼, 사골 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이준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 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 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 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 달을 머리에 이고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이라 바빴다. <우리마을대학 토요학교> 강의가 네 개나 있었다. 그래 늦은 시간에,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를 쓴다. 오늘은 전설적인 아뻬리띠프 와인인 스페인의 <셰리(Sherry)> 이야기를 한다.

<셰리>는 식사 전에 식욕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시는 식전 주(아뻬리티프, apéritif)이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정강화 와인이다. 주정강화 와인이란 일반 와인에 와인을 증류에서 만든 술인 브랜디를 일정량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16°C~20°C로 높인 와인이다. <셰리>이외에 포르투갈의 포트(Port)와 마데이라(Madeira), 이탈리아의 마르살라(Marsala)가 주정강화 와인에 속한다.

사실 <셰리>는 일찍부터 영국 무역업자들이 세계에 퍼트려 유명해진 와인이다. <세리>라는 이름은 생산지인 스페인 남부지역인 헤레스 데 라 프론떼라(Jerez de la Frontera)의 헤레스(Jerez)가 변형되어 영어식의 셰리(Sherry)가 된 것이다. 헤레스라는 지역명이 셰리로 다소 엉뚱하게 발음되면서 일반 명사가 된 경우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명칭이 “세레스(Xérès)”로 되어, 어떤 <셰리> 라벨에는 이 세 개의 명칭이 다 들어가 ‘Jerez-Xérès-Sherry’로 표기된 것도 있다.

우리는 스페인 와인이 <셰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스페인은 포도 재배 면적에 있어 세계 최대를 자랑하며, 많은 와인을 생산한다. 스페인 전체 와인 생산량에서 <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7%밖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다 멀리 떠나는 배에서 보다 오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디를 섞은 <셰리>는 생산량이 적으면서도 아직도 우리에게 스페인의 대표 와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바로 무역으로 성장한 스페인 와인 산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셰리>는 95% 가량이 팔로미노(Palomino)라는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즉 화이트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 강화 와인으로 은은한 황금색을 띤다. <셰리>는 제조방법에 따라 피노(Fino)와 올로로소(Oloroso)로 나뉜다.

① 피노: 발효가 끝난 화이트와인(11%~13%)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15,5도까지 높여 조정한다. 발효가 끝난 후에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에 드라이한 타입이 된다. 반면, 포르투갈의 포트(Port) 와인은 발효 중에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 스위트한 타입의 주정강화 와인이 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오크통속에 넣을 때는 통의 70% 정도만 채우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액면이 공기에 닿아 표면에 ‘플로르(Flor, 영어로는 Flower)’라는 효모가 번식해서 1cm 정도의 흰 막을 형성하게 된다. 이 흰 막이 플로르 향이라는 세리의 독특하고 멋진 향기를 만들어 낸다. 쌀죽 같은 층을 형성하여 와인을 산소로부터 보호한다. 중성적이고 산도가 낮은 팔로미노(Palomino) 포도로 만들어진다. ‘마치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플로르’라고 부른다. 이 플로르는 알코올 함량이 15.5-16% 수준에서는 죽지 않고 와인의 산화 방지와 숙성을 도와주며, 이 과정에서 <셰리>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식사 전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위가 자극을 받아 식욕이 왕성해 지는데 셰리는 산화된 와인 향과 갓 구어 낸 따뜻한 빵에서 나오는 냄새가 느껴지면서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며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서, 식전주로서 사용되는 것이다. 이 타입의 <셰리>는 <만사니야(Manzanilla)>, <아몬띠야도(Amontillado) - 7년 정도 숙성시켜 부드러운 맛으로 완성시킨 것으로 헤이즐넛과 같은 맛이 있고 피노보다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다> 등이 있다.

② 올로로쏘: 알코올 함량을 18% 이상으로 강화하여 플로르가 형성되지 않는 <셰리>이다. 플로르의 영향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피노보다 올로로쏘는 농도가 짙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색깔도 피노는 엷은 노란색이지만, 올로로쏘는 호박색을 띤다. 올로로쏘는 플로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사용하고 최초의 반년 동안은 통 상태 그대로 옥외에서 햇빛을 받도록 해서 만든다. 자극적인 향기와 깊은 맛이 있는 드라이한 와인이고, 올로로쏘에 단 맛을 첨가한 것이 크림 셰리이다. 식후주로 적당하다. 이 타입의 <셰리>는 <페일 크림(Pale Cream)>, <크림(Cream)> 등이 있다.

이러한 <셰리>의 타입은 라벨에 표기된다. 와인 기술자가 발효된 와인의 향을 맡아보고 플로르가 생길 가능성이 없어 보이면 알코올을 더 부어 알코올 함량을 18% 이상이 되게 하여 올로로소 타입의 <셰리>를 만든다. 플로르가 생길 것 같으면, 알코올 함량을 16% 이하로 맞춘 다음 숙성시켜 피노 타입의 <셰리>를 만든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셰리>는 솔레라(Solera)라는 독특한 시스템에 의해 숙성된다. 그리고 숙성 창고를 주로 지상에다 만든다. 그 이유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역이 습하지 않고 건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솔레라 시스템은 와인을 채운 오크통을 피라미드 모양처럼 3내지 4단으로 매년 차례로 쌓아 두면서, 위치 차이에 의해서 맨 밑에서 와인을 따라내면 위에 있는 와인이 차례로 흘러 들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반자동 블렌딩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각 통에 보다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와인이 공급됨으로써 급격한 품질변화가 없이 <셰리>만의 독특한 향과 맛이 유지되는 것이다. 즉 숙성된 와인의 깊이감과 햇 와인의 상큼함이 결합되어 복합적인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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