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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독일 와인 (2)

1740.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2021년 9월 4일)

 

깨어 있는 시민들이 우리 사회를 각성 시킨다. 더 행복한 사회를 향해 나약한 각 개인은 연대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나만, 내 가족만 잘 살면, 뭐하나? 세상이 힘들어 하는데. 우리 주변을 둘러 볼 필요가 있다. 마중물은 혼자 힘으로는 세상밖으로 나올 수 없는 지하수를 마중하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마중하는 한 바가지 물은 보잘 것 없는 적은 물이지만 깊은 샘물을 퍼 올려서 세상과 소통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마중물이 되기 위해, 관계와 활동을 넓히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1)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큰 변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마중물은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 우리 모두는 누구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어떤 물이든 상관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비판으로 깨어나 '자각한 시민'들은 비판을 공유하며 조직의 회원이 되어 '조직된 시민'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조직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3) 마중물은 우리 가까이 어디에나 있다. 지역과 마을, 현장 곳곳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문제를 느끼는 사람은 누구나 다 정책 입안 가와 시민 운동가 될 수 있다. (4) 마중물은 어디에나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다. 이것은 마중물이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이다. (5) 마중물이 버려질 때 우리는 비로소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러니까 권력에서는 떨어지되 공동체에는 묶여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권력에 밀착해 권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말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런 경우도 마중물이 된다. 나에게 와인은 마중물일 때가 있다. 내 안에 있는 뜨거움을 끌어내 주기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우리는 독일 와인 여행을 하고 있다.


마중물/고경숙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섶다리를 지나 그대에게 가는 길은
모든 땅이 늪이어서
허둥지둥 나는
몸을 낮추다가 넘어지다가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돌아서 있는 그대 모습처럼
목울대 가득 울컥
솟구치는 그리움


독일 와인은 한 품종의 고유한 맛을 추구한다. 여러 다른 포도품종으로 제조한 와인을 손쉽게 블랜딩하는 방식이 아니라, 포도 재배에서부터 수확, 양조, 숙성, 병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서 그 순수한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만의 특이한 양조법이 있다. ‘쥐스레제르베(Süssreserve)’라고 병입 직전의 와인에 발효 전의 포도 과즙을 첨가하는 방법이다. 첨가하는 포도 과즙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신맛과 스위트한 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독일 특유의 과일 향을 지닌 스위트한 맛의 화이트와인이 된다.

독일의 주요 포도 재배지역은 라인 강 유역과 모젤-자르-루베르 강 유역, 그리고 라인헤센 지역이다. 독일의 포도밭들은 태양을 향한 강유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포도 재배 지역에 속한다. 어떤 포도밭들은 평지에 위치하지만,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들은 모두 가파른 산등성이에 위치하고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산의 능선에 위치한 포도밭들은 거의 모두 남쪽이나 남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태양빛을 받기 위해서이다. 또한 포도밭을 덮고 있는 점토판 조각들이 낮 동안의 태양열을 간직하고 있다가 밤사이에 기온이 떨어지면 열을 발산해 포도나무를 보호해준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에 위치한 포도밭들은 강의 혜택을 톡톡히 받는다. 강은 일종의 열 창고 역할을 하는데, 태양열을 받아 근접해 있는 포도밭에 반사 시켜주고 안개의 발생으로 서리의 피해를 막아 주기도 한다.


① 모젤-자르-루버: 화이트와인이 100%인 독일의 대표 와인 산지

자르 강과 루버 강은 모젤 강의 지류이며, 모젤 강은 라인 강에 합류한다. 이 지방은 그냥 모젤이라고 흔히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왜냐하면 ‘마주앙 모젤’와인이 이 지역의 와인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포도밭의 경사 덕분에 관광지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밧줄에 몸을 감고 일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포도나무들이 강을 끼고 있는 남향의 경사면에서 재배된다. 그것은 강물에 반사된 빛이 보온 효과를 높이고 안개로 발생되는 서리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인(Rhin)강으로 흘러 들러가는 꼬불꼬불한 모젤(Mosel)강을 따라 트리에르(Trier)시를 시작으로 하여 코블렌쯔(Koblenz)시를 끝으로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역이며 위로부터 모젤(Mosel), 베른카그텔(Bernkastel), 자르-루버(Saar-Ruwer), 오벌모젤(Ohermosel), 모젤토르(Moseltor) 지역 등 5구역으로 나뉜다.
100% 리슬링을 주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 생산되는 곳으로 전체적으로 꽃향기가 나는 가볍고 섬세한 와인이다. 이 지역 와인은 낮은 알코올 함유량을 가지고 있는 과일 향기가 그윽하다. 그리고 숙성이 덜 된 상태에서도 아주 좋은 품질을 보장하므로 음식의 맛을 더욱 더 나게 한다. 이 지역 와인들은 각 강의 유역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모젤강 유역은 가장 부드럽고 섬세하다. 쟈르강 유역은 힘이 있고 바디가 튼튼하다. 루버강 유역은 향기가 풍부하고 풋풋한 신맛이 특징이다. 이 지역의 유명한 와인을 몇 개 소개한다.
(1) 슈바르체 카츠(Schwarze Kats)라는 이름의 와인을 생산하는 첼(Zell):  '슈바르체 카츠'는 검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이 지방의 ‘검은 고양이가 앉았던 통의 와인은 잘 된다’는 전설이 그 유래이다. 
(2) 우수한 와인의 보고 베른카스텔(Bernkastel): 왜 독일 와인 중에 어떤 와인의 라벨을 보면 Dr(Doktor, Docter)의 표시가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600 여 년 전 트리에르(Trier)의 대주교인 뵈문트 2세(Boemund II)가 베른카스텔을 방문하던 중 열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주변의 모든 의사들이 처방을 하였지만 대주교는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이 때 한 사람이 자기 포도원에서 만든 와인을 대주교에게 드리면서 “제가 전에 열병이 났을 때 이 와인을 마시고 낫습니다.‘하며 와인을 가득 따라 드렸다. 와인을 마신 대주교는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열병이 다 나아 버렸다고 한다. 그 후로 오늘날까지 그 포도원은 Bernkasteler Doktor(닥터 베른카스텔)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와인들은 라벨에 Dr. Loosen처럼 Dr.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3) 개성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자르-루버(Saar-Ruwer)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에곤 뮐러(Egon Müller): 에곤 뮐러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는 이런 식입니다. “한 모금 마신 뒤 무릎을 꿇고 (또는 모자를 벗고) 이 와인에 대항 경의를 표했다.”, “한 박스를 받으려면 무릎을 꿇고 기다려야 한다.” 보통 만나보기 힘든 와인이다. 외국에 나가셨다가 숍에서 만나면 사올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들을 몇 개 외워 두면 좋다. <라인홀트 하트(Reinhold Haart)>, <피에스포르테 골드 트롭켄(Piesporter Gold tropfchen)>, <닥터 루젠(Dr loosen)>, <마커스 몰리터(Markus Molitor)>, JJ Prüm의 <닥터 멘프레드 프룸(Dr Manfred Prüm)> 등.

② 라인가우-고급 화이트와인을 생산한다.

라인가우 산 와인을 그냥 '라인 와인'라고도 말한다. 이 지역은 독일 와인 산지 중에 가장 작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와인의 메카이다. 라인 강을 남쪽으로 바라보며 동서로 돌아가는 30㎞ 구간의 이 아름다운 지역은 대부분의 포도원이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남향으로 되어 있는 언덕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화이트와인용 포도품종으로 리슬링은 라인가우가 고향이다. 그리고 신품종 슈페트부르군더(Spätburgunder)와, 뮐러 투르가우(Muller-Thurgau) 등이 재배되고 있다. 이것들을 원료로 강한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여러 가지 고급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라인 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귀부 균의 발생을 촉진시켜 당도 높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모젤 지역 목이 긴 녹색 병이고, 라인가우 지역은 갈색 병을 사용한다. 이 지역의 유명한 와인을 몇 개 소개한다.
(1) 개성 있는 맛을 내는 슈타인버그(Steinberg), 드라이한 맛을 내는 슐로스 폴라드(Schloss Vollrads)
(2) 장기 숙성 타입의 와인이 나오는 슐로스 요하니스버그(Schloss Johannisberg): 독일 최초로 리슬링을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QmP 체계가 시작된 역사적인 독일의 와이너리이다. 이 양조장 이야기는 다음 주에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3) 라인가우 최고의 와인너리 로버트 바일(Roberrt Weil) : 일본 산토리(Suntory) 주류 회사가 통째로 사들였다. 프랑스 보르도의 <샤또 라그랑쥬>와 같은 경우이다.


③ 라인헤센(Rheinhessen)-대중적인 와인인 립프라우밀히의 고향이다.

라인헤센은 북쪽과 동쪽으로 라인강, 서쪽으로 나에(Nahe), 남쪽으로 팔츠(Pfalz)에 인접해 있고 매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최대의 재배 면적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기후가 온난한 지역으로, 다채로운 와인이 생산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이 많다. 이 지역의 주요 포도품종은 뮐러 투르가우와 질바더(Silvaner)이다. 이 지역은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부드럽고 달콤한 화이트와인인 립프라우밀히(liebfraumilch-‘Milk of our lady, 성스러눈 어머니의 젖’이란 뜻)가 나오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블루 넌(Blue Nun)>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와인이 독일 와인 수출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④ 팔츠(Pfalz)- 독일 최대의 와인 생산지이다.

팔츠는 북쪽으로 라인헤센, 남쪽과 서쪽으로 프랑스 국경과 인접한 지역으로 매일 마시는 와인부터 최상급의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TB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리슬링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뮐러 투르가우, 질바너 등 다양하게 재배되어 약간 강건하고 향기가 진한 느낌을 준다. 특히 포르투기저(Portugieser)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은 과일 맛이 풍부해서 가볍게 마시기 편하다. 

그 외에도 라인과 모젤의 와인 특성을 합한 듯한 느낌의 와인이 생산되는 나에(Nahe), 둥글고 납작한 파우치 모양의 와인 병과 강건하고 힘찬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켄(Franken), 독일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포도 재배 지역인 바덴(Baden) 등이 있다. 주요 와인들을 개별적으로 읽는 것은 다음 주 토요일부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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