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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인문학"

1698. 인문운동가의 인문일기: 토요일의 와인 이야기-아마로네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인데, 하루 종일 외부 강의가 있어서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어제 오후는 천년의 고도인 공주 공산성에서 달빛이 비추는 가운데, "와인 인문학" 강의를 했다. 사진이 그 거다.


강의 속에서 강조했던 것은 가장 맛이 좋은 와인은 포도품종이나 양조기술보다 함께 마시는 앞사람이라고 강조했고, 나에 와인 마이시기는 괴로움을 사고, 외로움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와인을 많이 마시거나 매일 마시면 몸이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그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기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 맛의 10%는 와인을 빚은 사람의 몫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이라도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우리는 취한다. 앞 사람은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는, 허허 웃는다. 그러면 나는 그 앞 사람의 맑은 표정에 취한다.

그리고 우리는 와인을 우리의 인생과 비교할 수 있다. 첫째, 와인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람처럼 나고 자라고 또 병 속에서 숨을 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다 마신 와인 한 병을 ‘시체(Un Cadavre)’라고 부른다. 둘째로는 와인에도 인생의 역경이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이 인생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와인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실제로 와인은 절정의 순간을 위하여 숙성을 통해 감질나게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와인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인내하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 닮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한 여름의 더위를 잊었다. 관중들은 모기와 사투하며 끝까지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 내 복합문화공간 뱅샾62에 와서 또 새벽까지 와인을 기울이며 삶을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찾아와 준 친구 에바와 세종 연수 친구에게 감사하다. 그 외, 새로 만난 친구, 더위를 뚫고 찾아 온 친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서로 결을 받아들이면, 같음과 다름이 함께 할 수 없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개입하여 넘나들고 매만지면서 가늠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된다. 서로 결을 헤아리며 살고 싶다. 시인의 모래처럼 마음이 지붕 고치듯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민, 소요와 분쟁은 사라질지라도 모를 일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내 마음을 바꾸는 것만이 정답이다. 사람에 대한 아픔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 가장 낫다. 사람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로 대신할 수 있다.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을 둘러 본다.

결/이사라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깃털 같은 마음으로
사막에 집을 짓는 건축가도 있다.
눈빛 속에 사람을 심는 예술가도 있다.

태어나서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디든 지붕만 얹으면 살아나는 것이 집이라며

물이 물결을 만들 듯이
나무가 나뭇결을 만들 듯이
결이 보일 때까지 느긋하게 살면서
사람 결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지붕 고치듯 마음만 고치면
몇 백 년을 훌쩍 넘긴 마음도 가질 수 있다.

이번 주는 늦은 가을에서 겨울이 어울리는 와인 <아마로네(Amarone)> 이야기를 한다. 계절과 맞지 않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이탈리아의 베네또(Venetto) 지역 와인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이미 자세하게 살펴보았던 것처럼, <로미와와 줄리엣>의 무대였던 베로나 시(市)가 자리한 베네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마로네>의 정식 이름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이다. '와인 저장고가 많은 계곡'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 '발폴리첼라에서 온 아마로네'라는 뜻이다. 아마로네는 이탈리어 '쓰다(amare)'는 의미이다. 아마로네는 스위트한 레치오또(Recioto)에서 나온 것이다. 레치오또는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포도를 발효시키는 중에 일정 단계에서 중단시키는데, 한 번은 실수로 발효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한다. 맛을 보니, 완전 발효돼서 단맛은 없어졌고, 쓴맛과 알코올 향이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아마로네라 불렸지만, 사람들은 그 진하고 강한 맛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품질 개량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마로네가 베네또 지역의 가장 인기 와인이 되었다.


발폴리첼라 지역에서는 일반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 스위트 레드 와인인 레치오또(Recioto)와 아마로네 등 3종이 잘 알려져 있다. 아마로네는 아빠씨멘토(apassimento)라는 제조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맛과 향이 일반 와인과 다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풀-다디하며 강한 맛을 낸다. 아빠시멘토는 '말리는', '시든'이라는 뜻이다. 우선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처ㅣ상 포도송이로만 골라 알갱이가 반 정도 줄어들 때까지 3-4개월 대나무로 엮은 발 위에 말린다. 곰팡이 방지를 위해 송풍이 잘 되도록 하면서 말리면 수분이 40% 정도 감소하고 당도는 증가하게 된다. 1월에 줄기를 제거하고 한 달간 발효시키고서 프랑스산 오크 통에서 24개월 숙성 시킨다. 사용하는 포도품종은 토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는 이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품종으로, 코르비나는 향기로운 과일향을, 론디넬라는 짙은 색깔을, 몰리나라는 적당한 산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긱 제조사, 빈티지별로 블렌딩 비율은 각기 다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마로네의 알코올 도수는 14-17%로 높다.

이렇게 만든 아마로네는 진한 색상, 깊은 탄닌, 농축된 과일 풍미를 가진 풀 바디의 힘이 가득한 와인이다. 직접적인 단 맛이  없더라도 높은 알코올과 글리세롤 덕분에 단 맛을 느낀다. 길고 까다로운 과정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로네가 값이 비싼 이유다. '신선하고 세련되다'라기 보다 '고전적이고 화려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아마로네는 일반적으로 체리, , 무화과, 블랙체리, 초콜렛 향이 풍부하다. 잘 만든 아마로네는 포트 와인 처럼 농축미와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각종 기름진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아마로네를 잘 만드는 대표적인 생산자는 토마시(Tommasi), 알레그리니(Allegrini), 마씨(Massi) 등이 있는데, 이 중에 토마시는 1902년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오늘은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꼬(Tommas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2012> 읽기를 한다.


(1) 지역: 이탈리아 > 베네토 > 발폴리첼라
(2) 포도품종: 꼬르비나 50%, 론디넬라 30%, 꼬르비노네 15%, 오셀레타 5%
(3) 알코올: 15,5%
(4) 등급:DOCG
(5) 용량: 750ml
(6) 시음적정온도: 15-18℃

'쓰다'라는 의미를 가진 아마로네, 이 와인의 맛은 처음에는 약간 달콤하고, 뒷맛은 씁쓸함이 돈다. 그래 사람들은 단맛과 쓴맛이 적절히 공존하는 이 와인이 사랑과 슬픔, 행복과 고통으로 이뤄진 우리의 인생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달콤한 사랑을 즐기지만 결국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모두 죽어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닮았다. 이탈리아의 4대 와인 안에 들어간다. 그 4대 와인은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부르넬로 디 먼탈치노 그리고 아마로네이다.

이 와인은 버터에 구운 스테이크나 잘 숙성된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따뜻하고 잘 익은 과일의 농밀함을 즐길 수 있다. 아마로네는 빈티지(포도를 수확해)부터 출시까지 약 4-5년 가까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빈티지부터 10년이 경과해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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