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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 2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2021년 12월 25일)

2021년을 돌아보면 모두에게 참 힘든 한 해였다.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도, 청춘을 즐기지 못하는 청년들도, 그리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노인들도, 외국인 노동자의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에도, 수출입 길이 막힌 작은 기업도, 삶이 무너진 자영업자도, 일일이 나열하지 못한 많은 이에게 여전히 힘든 한 해였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내년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20대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고 그가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시 다잡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 기대한다. 부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가치와 미래'라는 비전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영광을 노래하는 2022년이 되기를 바란다면 사치일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리더라면 국민을 갖고 놀거나 현혹시키거나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 한다. 내년에는 코로나-19도 잡히고 물가도, 집값도, 인플레이션 걱정도 술술 풀리는 마법 같은 새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 세계의 누구나 다시 팬데믹 이후 가야 할 길을 챙기며 부산해질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기 예수가 태어난 구유에 이런 소망을 갖고 참배를 드리지 못한다. 구유는 성탄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구유는 비참한 현실에 있는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며, 하느님의 보호이다. 그리고 가난한 형제는 우리가 연대하며 다가가야 할 성탄 구유이다. 이것이 살아 있는 성탄 구유이다. "우리가 구세주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성탄 구유는 가난한 이들이다"고 말씀하신 성 프란체스코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성탄절 아침 <인문 일기>이다.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그리스도께서 믿음을 통해 내 마음 안에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성탄은 나에게 하나의 축제이고 공휴일로 기억될 뿐이다. 성탄은 산타 클로스가 오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오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처럼 모든 이를 기억하며,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 정신을 믿고,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을 늘 지니고 절망하지 말고 믿어야 한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 가득한 성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주변에 고생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서, 축제의 소리보다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따뜻한 성탄이 되도록 오늘 하루를 보낼 것이다.

어제는 <<장자>> 읽기를 같이 하는 우당이 작품을 낸 <송산서회전>에 갔었다. 거기서 찍은 송산 박승배 선생님의 작품이다. "隱惡而揚善(은악이양선)", "허물은 덮어주고, 선은 드러낸다." 이 말은 <<중용>>에 나온다. "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묻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말이라도 잘 살펴 은악양선했다." 상대방의 허물은 숨겨주고, 선행은 드러내는 것으로 백성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SNS를 달구는 이슈가 박근혜 사면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자기에게 죄 지은 자는 용서할 수는 있어도, 남에게 죄 지은 자를 대신 용서할 수는 없다. 궁극적인 용서의 권한은 신에게만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용서와 자비로 박근혜의 사면을 풀었다. 물론 정의로운가 따지고 싶었지만, 오늘 아침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함과 같이, 용서와 자비에 대해 묵상했다.

용서를 생각하면, 가톨릭 사제 헨리 나우웬(1932-1996)의 다음 말이 떠오른다. “용서는 사랑을 잘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합니다. 용서는 ‘인간 가족’이라는 연약한 공동체에서 행할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의 증표입니다.” 헨리 나우웬이 지적한 것처럼 자기 희생적이며 이타적인 삶을 살진 못하지만, 우리가 용기를 내어 일상생활에서 연습해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은  용서다. 용서는 상대방이 용서 받을 만해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방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다. 자기수련의 궁극적인 증표가 바로 ‘용서’이다. 그는 우리들에게 ‘용서(容恕)’를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용서하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다. 용서와 이해는 화해의 근터리다. 불신과 미움을 털어내고 다시 하나가 되는 일. 이건 살면서 무한 반복되어도 좋은 가치이다.

고 차동엽 신부님은 "자비는 상대방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과 통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평생 구원 활동을 하신 동기도 자비심 때문이다"이라고 말씀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암 선고를 받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갈수록 성격이 난폭 해졌다. 가족은 물론 병원의 전문 상담가들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아는 동네 꼬마가 병문안을 왔다. 병실에 들어간 꼬마는 30분 뒤에 나왔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울리기 시작했다. 가족이 꼬마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니?' 꼬마가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할아버지께서 우시기에 따라서 같이 울었을 뿐이에요.' 그게 바로 아이가 건넨 자비였다." 신영복 서화집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왜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게 되는가? 우리가 자비를 베풀면 하늘에서 더 큰 자비가 쏟아진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자비는 선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자비가 영적으로 발휘되면 죄에 대한 용서가 되고, 물질적으로 발휘되면 자선이 된다." 차신부님의 말씀이시다. 그리고 자비를 일상 생활 속에 실천하려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 "용서하라." "주어라." 그러면서 일화 하나를 들려주셨다. 팍 와 닿는다. "신부님이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실 때 학장 신부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나는 학교에서 몸담고 있어 자선을 베풀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라도 자선을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양보 운전을 한다." 생각해 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자선은 간단하다. 이런 식으로,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같이 하는 것"이다.

같이 한다는 것/이길옥 ​

가장 쉬운 일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썩는 속 덮어야 하고
타는 화 꺼야 한다.

나를 죽여
그 속에 넣어야 하고
죽이고 싶은 충동 감춰야 한다.
용서를 밥 먹듯 해야 하고
안되는 이해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

버리고 싶어도 챙겨야 하고
밀어내고 싶어도 당겨야 한다.

억지를 빼내고
고집을 헐어야 한다.
헛소리를 털어내고
변명은 묻어야 한다.

보기 싫어도
앞에 세워야 하고
넌더리나도 보듬어야 한다.
송충이 같아도
두손으로 감싸야 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지만, 토요일이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는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지난 주에 이어 칠레 와인 여행을 떠난다. 칠레 와인을 잘 선택하려면, 와인 생산자들이 중요하다.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이 1851년 칠레 와인의 대부로 불리는 실베스트레 오차가비아(Silvestre Ochagavia)가 빠이스 등 칠레 고유품종을 버리고 까베르네 쏘비뇽, 메를로, 말벡, 세미용, 리슬링 등의 포도품종을 들여와 훌륭한 와인을 빗는 데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까지 유서 깊은 명문으로 발전한 와이너리들이다. 예를 들면, 까르멘(Carmen-유기농 와인 <나티바(Nativa)>, 콘차 이 또로(Concha y Toro-<돈 멜초(Don Melchoe)>, <알마비바(Almaviva)>, 꼬우시뇨 마꿀(Cousiňo-Macul), 에라주리즈(Errazuriz), 산 페드로(San Pedro-<1865와인>), 가토 니그로(Gato Negro), 산타 캐롤리나(Santa Carolina), 발디비에소(Valdivieso), 산타 리타(Santa Rita), 떼라 안디나(Terra Andina-<알토 테라 안디나(Alto Terra Andina)>) 등이다. 콘차 이 또로는  1883년에 설립되어 뉴욕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된 칠레 최고의 와이너리이다. 꼬우시뇨 마꿀은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에 하나이다. 최근에 <로타(Lota)>를 출시했다. 그리고 에라주리즈는 현재 6대째 전통을 있고 있는 에라주리즈는 Estate Family Winery의 전통을 고수함과 동시에 와인 제조 기술의 근대화를 통해 고급 칠레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Aconcagua, Casablanca, Curico Valley 등에서 나는 선별된 Estate 와인만을 사용하며 가장 자연적인 공정(바이오 농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이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명품 와인들이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세냐(Seňa), 비네도 차드윅(Vinedo Chadwick), 돈 막시미아노(Don Maximiano), 아를볼레다(Arboleda). 2004년 베를린에서 개최되었던 세계 최고의 명품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1위(비네도 채드윅 2000), 2위(세냐 2001), 4위(세나 2000)를 차지하고 10위권 안에 6개의 와인들을 진입시키면서 세계 명품와인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특히 보르도 1등급 그랑크뤼인 샤또 라피트 로췰드, 샤또 라뚜르, 이탈리아 슈퍼토스카나 와인인 사씨까이아와 솔레이아를 제치고 거둔 성과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째 그룹은 1990년대 와인 산업에 참여하여 성공을 거둔 신흥 명문 와이너리들이다. 예를 들면, 비스케르트(Bisquertt-<제우스(Jeus)>, 그라시아(Gracia), 루이스 펠리페 에드워드(Luis Felipe Edwards), 몬테스(Montes-Montes Alpha-Montes Alpha M), 오드펠(Odfjell), 벤티스께로(Ventisquero-얄리Yali 와인).
• 발디비에소(Valdivieso): Varietales/Barrel Selection/Reserve/Single Vineyard/Super Premium
• 얄리(Yali) 와인: Varietals series/Reserva series/Gran Reserva series/Premium series
• 산타 리타(Santa Rita): Santa Rita 120/산타 리타 레세르바/산타 리타 메다야 레알/산타 리타 플로레스타+트리플 C(Triple C)/프리미엄급 Casa Real(카사 레알)
• 오드펠: Armador(큰 선박 회사의 선주라는 뜻)/Orzada(배의 방향을 움직이는 중요한 기구의 이름)/Aliara(항해 중 선원들에게 매일 제공하는 와인의 양의 측정하는 양철 컵의 이름)

칠레 와인의 품질 구분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구분한다. 프라임급, 리저브급 그리고 프리미엄급의 와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칠레 와인의 프리미엄급 와인은 이런 것들이 있다. <몬테스 알파 M(Montes Alpha M)>, <알마비바(Almaviva)>, <까사 라뽀스똘레(Casa Lapostolle)>, <얄리 프리미엄 샐렉씨온(Yali Premium selection)>, <오드펠 알리아라(Odfjell Aliara)>, <에라주리즈 세냐(Errazuriz Sena)>, <비네도 챠드윅(Viňedo Chadwick)> 등이다.

칠레 와인의 라벨에 포기되는 등급은 다음과 같다.
• 레제르바 에스파샬(Reserva Especial): 최소 2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 표기
• 레제르바(Reserva): 최소 4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 표기
• 그란 비노(Gran Vino): 최소 6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 표기
• 돈(Don): 아주 오래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고급 와인에 ‘Don'을 표시한다.
• 피나스(Finas): 정부 인정하의 포도 품종에 근거한 와인
  
칠레 포도품종에는 토종이 없다.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등 여러 구세계에서는 나름대로 숱한 토종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칠레는 그러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1851년 시작부터 칠레는 아예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받아들여 일찌감치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계열의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까베르네 쏘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쏘비뇽 블랑 등 프랑스의 주요 품종이 많다. 그나마 토종으로 여겼던 빠이스(Pais)나 까르메네르(Carménère)도 진정한 토종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 상 이 나라에는 토종이 없는 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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