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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 여행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2월 18일):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우리 모두에게는 살아 있다는 자체로 충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삶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걸 알면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를 고미숙은 "소유에서 존재로 건너가기"라 했다. 균형은 포용이다. 모든 것을 너그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남겼다는 그의 말들이 떠올랐다. 최근 그 글이 스티브 잡스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만의 한 수필집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돈은 많이 벌어봐야 허무한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소중히 대하라는 내용으로 "소유에서 존재로 넘어 가기"를 강조한 것이었다. 좀 요약하여 공유한다. 나는 그가 만들어 낸 스마트폰 없이는 아마 못 살 것 같다. 그가 존재했었다는 것에 큰 박수를 늘 보낸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가 느낀 감정은 남들이 보기에 그저 부유하고 성공하여 행복해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 돌이켜 보았을 때 자신의 삶은 그저 '일'뿐이었다. "나는 영업 계에서 성공의 절정에 올랐다. 타인들이 보기에 내 인생은 전형적인 성공의 모습이다. 하지만, 일 빼놓고 나는 즐거움이 별로 없었다. 결국엔 재산이란 내가 익숙해진 한 삶의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보면, 돈이라는 것도 삶의 일부분 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병상에 들어 누워 내 삶 전체를 회고해 보고 있는데,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그처럼 자부했던 그 많은 명성과 재산은 막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져서 아무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초록색 선을 바라보며, 윙윙 거리는 기계 소리를 들을 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의 신이 쉬는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우리 인생의 삶을 유지할 만큼 적당한 재물을 쌓은 후엔 부와 무관한 것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엇이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저런 인간관계, 아니면 예술, 또는 젊었을 시절에 가졌을 꿈들 말이다. 쉬지 않고 재물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이 바보인 인간으로 만들 것이다."

삶을 유지할 만큼의 부를 쌓았다면, 그 와 무관한 것들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돈은 남아 있지 않다. 계속 더 공유한다.

"신은 우리에게 각자의 가슴 안에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주셨다. 재물이 가져다 주는 그 환상이 아니라, 내 인생 동안 성취해 논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에 빠졌던 그 기억들 뿐이다." 후회 없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겨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했던 그 기억들이야 말로 나를 끝까지 동반해줄 참된 보물이다. 그 보물들이야 말로 나에게 살아갈 힘과 빛을 주는 보물이다. "사랑은 10000 마일을 갈 수 있다. 삶에는 한계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가라. 높이 올라가고 싶은 곳으로 올라가라. 모든 것이 너의 마음과 너의 손 안에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침대가 병상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고 자신 있게 행동하지 못한다. 결국 내 삶은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말이다.  인용은 더 이어진다. "너는 너를 위해 운전해줄 사람은 고용할 수 있고, 돈을 벌어줄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만, 너 대신 아파 줄 사람을 구할 수 없다. 잃어버린 것들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잃은 후에 절대로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읽어 내야 하는 유일한 책이 한 권 있다. 그건 '건강한 삶에 관한 책'이다.

그렇기에 건강이 중요하다. 나를 위로해 주고, 나를 간호해 줄 사람은 있어도, 나 대신 아파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삶의 어느 순간에 있던,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장막의 커튼이 내려오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너의 가족들을 위한 사랑을 귀하게 여겨라. 너의 동반자를 사랑하라,. 너의 친구들을 사랑하라. 너 자신에게 잘 해라. 타인들을 소중히 여겨라." 한 마디로 말하면, 결국 사랑했던 기억이 죽기 전 마음 속에 남아 있고, 그 기억 만은 죽어서도 갖고 갈 수 있으니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부는 축적하되, 부에만 목숨을 걸지 말자는 거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창의력은 연결하는 능력이다(Creativity is connecting things)"는 말을 나는 늘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자기 것을 결합해 탁월한 새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던 스티브 잡스의 멋진 생각이라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모든 순간의 점들은 어떤 식으로 든 당신의 미래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모든 점, 즉 경험은 미래와 연결된다. 즉 지금의 점(경험)이 미래의 어떤 시점에는  서로 연결되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아무 것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그 순간들은 기어코 삶 곳곳에 영향력을 끼친다. 지금의 모든 점들은 기어코 미래의 어떤 선과 맞닿아 있다는 거다. 이를 나는 다음과 압축하여 늘 기억하고 다닌다. "conectiong the dots" 결코 앞을 내다 보며 점들을 이을 수는 없다. 몰두하다가 뒤돌아보면, 점들이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making the dots 를 위한 길을 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현재 경험의 소중함을 간직한다.
- 점은 진하게 찍어야 한다.
-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에 빠진다.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 열광한다. 그러면 미 의식과 안목이 생기고, 그것들이 점점 더 세련되어진다.
- 단순한 점 잇기로는 행복하지 않다.
- 성적이 스펙보다 중요한 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끝으로 그의 다음 말도 늘 기억한다. "여전히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 영어로는  "Stay Hugry, Stay Foolish"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친구가 우직하게 재생한 집이다. 크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 아침 글을 쓰면서, 정대구 시인의 시를 소환했다. 이 시를 추천한 김기택 시인의 덧붙임도 공유한다. "시인의 아내에 의하면 ‘손에 흙 안 묻히는 일들은 일도 아니다 거지발싸개다’ ‘밤새워 쓰는 시 나부랭이는 휴지 쪼가리에 불과하다’(‘위대한 김연복 여사’). 시인들은 뜨끔 하겠다. 흙도 안 파고 땀도 안 흘리고 손바닥에 굳은살도 안 박이고 상상으로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힘든 척하며 지금껏 안 들키고 잘 버텨왔는데, 정직하고 건강한 노동 앞에서 그 ‘쪼잔한’ 작업이 다 들통났으니 말이다. 창작의 고통이 꾀병이라는 게 만 천하에 드러났으니 말이다. 쌀 한 톨, 콩 한 쪽도 못 만드는 시를 갖고 어떻게 밥값을 하라는 말인가."

김현에 의하면, 문학은 돈도 밥도 못 되므로 쓸모가 없다. 그러나 문학은 그 쓸모없음을 써먹는다. 돈이니 권력이니 하는 쓸모 있는 것들은 그 쓸모 있음의 억압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돈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걸 얻으려면 거기에 메이게 된다. 문학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억압 받지 않고 자유롭다. 그 자유가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인간 다운 삶을 꿈꾸게 한다. 시인은 아내의 말에 급소를 한 방 맞고 나자빠졌는데, 그렇게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패배하는 게 자신의 시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패배는 불가능을 꿈꾸는 유쾌한 패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정대구

들킨 적 없이 들켜버린 나
집사람이 어느 날 느닷없이
내 얼굴을 정면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잘났다고 쓰는 시라는 것
보나마나 쪼잔한 것들이지
별수 있나 좁쌀영감탱이
순간,
쪼잖지도 않게 돋은 내 혓바닥이 아리다
사실 나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게 없는
집사람이긴 하지만
어떻게 알았을까
장담하건대, 시 근처는 물론이고
글과 담을 쌓고 살면서도
역시 집사람은 내 아픈 곳을
정확하게 건드리는 명수다
벌렁, 뒤로 나자빠지겠다
가끔 뜨끔뜨끔하다가
지금처럼 한 방 맞고 나자빠지는 내가
나의 시다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난 주 토요일에 이어, 칠레 와인 여행을 할 생각이다. 우선 칠레의 주요 와인 산지를 살펴 본다. 칠레의 국토는 남북이 길고 동서는 아주 좁은 편이다. 남북의 길이는 4335㎞, 폭은 평균 184㎞에 달한다. 가장 좁은 곳은 90㎞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쪽은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아타카마(Atacama) 사막이 페루와 국경을 이루고, 중부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땅이 비옥해 칠레 와인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남쪽은 호수, 화산, 수목 등으로 매혹적인 자연환경이며 최남단에는 남극대륙의 협만과 눈으로 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칠레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다. 즉, 동쪽으로는 해발 7000m급의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태평양, 남쪽으로는 혹한의 남극 지대, 북쪽으로는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병충해가 침범할 수 없는 자연적인 보호막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19세기 초에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포도품종들이 그 고유한 특성을 잘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칠레의 중부 지역이 칠레 와인의 산지이다. 이 지역은 남위 35°~38°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조량이 넉넉하며 안데스 산맥의 얼음 녹은 물이 풍부한 지하수가 되어 관개에 의한 배수 기능, 척박한 땅 그리고 무려 15°~20°C에 이르는 일교차 등이 포도의 품질과 당분의 함량, 색깔 및 탄닌의 생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적정한 산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또한 남쪽의 기후가 포도 속의 탄닌을 보다 부드럽게 해주어 북반구의 와인보다 한결 부드러워 쉽게 마실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중부 지방에는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Santiago)가 자리하고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포도의 재배에 적합한 여러 요소들, 즉 기후, 토양, 수자원, 유통의 네트워크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1995년부터 새롭게 제정된 칠레 와인 법에 따라 칠레는 일종의 원산지 호칭제도인 DO(Denominaciónes de Origen)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5개의 권역(Región)이 포도의 산지로 지정되어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와인의 산지가 중앙계곡(Valle Central)이다. 이 곳이 칠레 와인의 라벨에서 가장 흔히 눈에 띄는 지역이다. 이 권역은 다시 13개의 지역(Subregión)으로 나뉜다. 이 13개의 지역 중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지역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지역이다.
-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 라펠 밸리(Rapel Valley): 까차포알(Cachapoal)과 꼴차구아(Colchagua),
- 꾸리꼬 밸리(Curico Valley),
- 마울레 밸리(Maule Valley).

지역 안에는 다시 소나(Zona)라는 보다 작은 단위의 포도산지가 있다. 법령에 7개의 소나가 있으나, 이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은 까차포알(Cachapoal)과 꼴차구아(Colchagua)이다. ‘라펠(Rapel)’이라는 지명 대신 이 라펠의 작은 지역 단위의 소나인 이 지역 이름이 라벨에서 더 자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혼동을 한다. 그 다음으로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area)’이 있으나 이들은 와인 라벨에 자주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은 동쪽의 안데스 산맥, 서쪽의 해안 산맥 사이에 있는 폭 15㎞의 좁은 천연 계곡에 있는 지역들이다. 이 지역의 평균 강우량이 330㎖이고 포도가 익는 시기에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20°C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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