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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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와인은 혼자 마시는 술이 아니다. 와인 한 병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750ml이다. 보통 와인 잔으로 7-8잔이 나온다. 혼자 한 병을 다 마시면 좀 힘들다. 와인은 밥, 고기 그리고 차와 달리 자리를 만들어 의식을 갖추고 마신다. 술자리는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도 <새통사> 방학 기념으로 '멋진' 밝은빛 태극권 강수원 부원장을 모시고 "인간의 영원한 꿈-완성의 길"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ZOOM으로 듣고, 레스토랑에 모였다. 코로나-19로 사람 수를 제한했다. 그래서 와인과 함께 오랜만에 즐기는 스테이크가 훌륭했다. 그러나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보다는 '잘난 척'하느라 열을 냈다.
그래 반성하는 아침이다. 아침에 "사는 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느냐 에 달려 있다. 그래서 소유가 아니라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문장을 만나 성찰을 했다. 관계를 소중히 하고, 말보다 활동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에 찔끔했다. 그러니까 현장과 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고집을 부리며, 판단하기 보다, 합일의 길을 찾는 것이 인문운동가의 역할인데, 몇일 전부터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다. 아마도 코로나-19 때문 같다. <뱅샾 62>를 10시에 문 닫아야 하고, 사람들과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고, 원하는 일들을 하지 못해 답답하기 때문 같다. 때때로 멈추고 비워, 그릇을 키워야 더 크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말이다.
좀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항심(恒心)을 유지하며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열심히 쓸 생각이다. 그리고 관계는 하심(下心)으로 어디서건 무엇이건 배울 생각이다. "항심은 시간을 통과하는 힘"(고미숙)이고, "하심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고미숙)이다.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술의 힘인 ‘수작(酬酌)’이 없다. 수작이란 말은 ‘갚을 수(酬)자’에 ‘술 부을 작(酌_자’이다. 그러니까 수작은 잔을 주고받는 것이다.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이란 뜻이다. 거기다 더 나아가 술잔을 주며, '친해 보자'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우리 모임은 그런 행위를 모른다. 그래 사람들과 수작 걸기가 쉽지 않다. 어제 수작 걸고 싶었던 주제는 좀 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이해한 다음, 읽은 내용을 가지고 세상과 삶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었다. 자기 생각 없이. 사회로부터 당한 생각으로, 특히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고민해 보지 않고, 편견과 느낌으로 말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의 말을 그냥 짐작(斟酌)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짐작이란 말에도 술을 작자가 들어간다. 사실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서 나온 말로 '미리 어림잡는다'는 것이 짐작이다. 여기서 짐(斟)자는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라는 뜻이다. 술자리에서는 필요하지만, 대화에서는 짐작이 오해를 낳는다.
말이 나왔으니 작정(酌定)이라는 말도 해본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한다. 이 말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 같다. 살제로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또한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을 보고도 ‘무작정’이라고 한다. 또 참작(參酌)이라는 말도 있다.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을 이렇게 말한다. 예컨대, '정상참작(情狀參酌)해 작량감량(酌量減輕)한다"는 판결문의 문장도 술을 따르는 것에 유래된 것이다. 술 이야기만 하면 나는 술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읽기를 하기로 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 술 자리에서 너무 말을 많이 한다. 고쳐야 할 버릇이다. 딸도 지적한다. 박찬호처럼, TMT(Too Much Talk)란다. 오늘 아침 시는 짧은 것으로 공유한다. 어제 저녁 레스토랑에 들어가다 저녁달을 만났다. 오늘 아침 사진은 그걸 찍은 것이다. 그 저녁달에게, 시인처럼, 나도 코로나-19롤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그런 모두가 안녕하기를"를 빌었다.
저녁달/박철
길고 추운 시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요.
자연의 다른 생명들도 모두 분주합니다.
소리가 없어도
보이지 않아도
저마다 무언가를 다지고 있어요.
그런 모두가 안녕하기를.
오늘 읽을 와인은 이름이 길다. <샤꼬뇌프 뒤 빠쁘(Châteauneuf du Pape)>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프랑스 론 북부 지역의 와인 이야기를 했다. 오늘 론 남부 지역을 살펴 볼 생각이다. 우선 지난 주처럼, 뒤에 첨부할 지도를 보고 이 와인이 나오는 곳을 찾아 보는 일은 흥미롭다.
(1) 교황 문장이 와인 병 목에 그려져 있다. 그래 바로 우리는 샤또뇌프 뒤 빠쁘, 즉 교황의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프랑스 와인 치고는 라벨이 동화에 나오는 그림처럼 예쁘다.
(3) CLOS DE L'ORATOIRE(끌로 드 로라뚜아르): 와인 이름이다. 한국 말로 하면 '작은 예배당의 담'이다. 와인의 백 라벨을 보면, 1880년 Edouard Amouroux가 이 포도밭 주인이었고, 18세기에 마르코 성인에게 바친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그래 이런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Clos(담장)는 다른 토양의 포도밭과 구별하기 위해서 담장을 둘러쳐서 오늘날까지 그 형태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흔적을 가리켜 원산지 명칭 와인(AOC)의 Appellation의 시작의 흔적이 이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프랑스어 de는 영어의 o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ㅣ'oratoire는 '지도실' 또는 '작은 예배당'이란 뜻이고, 오라토리오 수도회 이름이기도 하다.
(3) Châteauneuf-du-Pape(샤또뇌프 뒤 빠쁘): 이 와인이 나온 산지 이름이고, 동시에 이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이 와인은 "교황의 와인"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와인 이름에 다음과 같이 교황이 들어간다. 나는 교황이란 망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교종이라 해야 하지 않나? 샤또 뇌프 뒤 빠쁘(Châteauneuf du Pape), 이 와인은 이름이 길어 기억하거나 발음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우선 이 와인의 복잡한 이름의 뜻부터 살펴본다. ‘샤또’는 ‘성’이란 뜻이고, ‘뇌프’는 ‘새로운’이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영화 <뽕뇌프의 여인>에서 나오는 ‘뇌프’도 같은 뜻이다. [‘뽕(pont)’은 다리란 뜻이니까 한국말로 하면 ‘새 다리’란 뜻의 빠리 센느 강에 맨 처음으로 놓인 다리를 말한다.] ‘뒤(du)’는 영어로 ‘of’라는 뜻의 전치사와 정관사가 축약된 관사이다. 끝으로 ‘빠쁘’는 ‘교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와인을 한국말로 하면 ‘교황의 새로운 성’이 된다.
론 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이름난 와인 산지이다. 아비뇽 북쪽 약 15㎞ 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레드와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포도품종으로는 그르나쉬를 중심으로 모두 13가지가 쓰이고 있다. 이렇게 이 지역의 포도품종들은 북부지역과는 달리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데 블랜딩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와인을 만들고 내고 있다. 레드와인의 주품종은 그르나쉬를 비롯해 시라, 쌩소(Cinsault) 와 무르베드르(Mourvèdre)가 있다. 화이트를 빚는 데 쓰이는 주품종에는 끌레레뜨 블랑쉬(Clairette Blanche), 비오니에, 마르싼느(Marsanne), 루싼느(Rousanne) 등이다. 이 와인은 적포도와 청포도를 섞어서 만든다.
(4) Appellation Châteauneuf-du-Pape contrôlée: AOC 1 등급 와인이란 말이다.
(5) 이 와인은 포도밭 주인(Léonce Amouroux가 수확하고 양조하여 병입했다고 쓰여 있다.
(6) 와인 백 라벨을 보면 꼬뜨 뒤 론의 네고시앙(negociant) 중 하나인 '오지에(Ogier)'가 소유라는 표기가 있다. 네고시앙이란 말은 직접 포도를 작목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포도 구매 후, 와인을 만들어 관리하며 자신의 사표를 붙여 판매하는 와인 중개상이다. 오늘 와인은 '끌로 드 로라뚜아르'라는 이름이 잘 알려져 상표와 도멘 이름이 함께 명기된 것이다.
참고로 이 지역에 잘 알려진 네고시앙들을 열거해 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 샤또 드 보까스뗄(Ch. de Beaucastel), 도멘느 뒤 비외 뗄레그라프(Domaine du Vieux Télégraphe), 엠 샤뿌띠에(M. Chapoutier), 이 기갈(E. Guigal), 뽈 자블레-엔네(Paul Jaboulet-Ainé) 등이다.
끝으로 론 남부 지역 와인은 원래 다양한 산지의 특성으로 인해 획일적으로 와인의 특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라이트한 레드와인의 경우는 화려한 색상과 마시기 쉬운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풀 바디한 와인은 맛이 복합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론의 남부 지역의 유명한 와인 산지는 다음과 같다. 이 지역은 와인 생산량이 많다. 여기서는 일부 양질의 와인과 대부분의 일반 테이블 와인을 생산한다.
- 샤또뇌프 뒤 빠쁘(Châteauneuf du Pape)
- 지공다스(Gidondas)
- 바께이라스(Vacqueyras)
- 리락(lilac)
- 따벨(Tavel)
- 꼬뜨 뒤 론(Côte du Rhône) AOC
- 꼬뜨 뒤 론 빌라쥐(Cote du Rhone-village)
오늘은 AOC 지역만 나열하고 부가적인 설명은 다음 주에 하겠다. 그리고 네고시앙이 다른 <샤또뇌프 뒤 빠쁘>을 한 병 더 읽어가며, 좀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 토요일로 넘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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