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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를 찾기 위해 매일 나를 버리고 싶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한국 나이로는 62세이고, 만으로는 61세이다. 그러나 작년 만 61세 '환갑' 때에 다짐했다. 세상살이를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젠 다시 되돌아 갈 거라고. 그래 오늘부터는 만 59세, 한국 나이로는 58세이다. 다시 말하면 새롭게 시작하는 한 살이다.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어제는 조윤제라는 분이 쓴 <다산의 마지막 습관> 책을 받았다. 세상은 당시 다산 정약용을 이름보다 '천재'라고 불렀다. 그의 생각은 세상을 바꿨고, 글은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기적처럼 인생의 정점에 올랐고,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곤두박질쳤다. 그가 이룬 성취들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엔 수감자가 되어 있었다. 20년을 흘려 보낸 다음 고향으로 돌아온 다산은 이제 더 이상 천재도 아니고 젊지도 않았다. 그는 벼랑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리라"

나도, 그처럼, "매일 나를 찾기 위해 매일 나를 버리고 싶다." 그래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머릿속애 그려 본다. 하루 종일 몸을 즐겁게 움직이다 보면, 그 속에서 발견하는 예기치 않은 사소한 기쁨을 찾는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 삶이 가벼워진다. 미래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어떤 일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이유 없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함부로 서운해 하지도 않고, 일상을 내 손으로 지배할 수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쓴 전 이대 교수이시며 정신과 의사이셨던 이근후 교수가 작년에 <어차피 살거라면,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란 책을 내셨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책 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인생의 비극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절망할지 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수요 아침 모임인 <대덕몽>에 가다가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벌거벗은 나무를 만났다. 그 햇살을 찍은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나무가 아니라 햇살이다. 나무야! 힘내라! 나도 너처럼 다시 시작한다. 같이 매일 뜨는 아침 햇살을 기억하자. 아침 시는 재미난 시이다. 유쾌하게 웃으며 살자.

내가 아침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시대에 대해, 내가 훈련 받은 '생각하는 능력'으로 갖게 된 어떤 '시각'으로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내 글을 통해,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모두가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 졌으면 한다. 이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우리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흔적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기는 좋은 기억들이었으면 한다. 내가 죽은 후에 누군가 나로 인해 사는 게 조금은 행복해졌다고 말해 준다면 그보다 값진 삶이 또 있겠는가? 60세 동안 한 바퀴 돌고, 다시 되돌아가는 첫해 생일에 했던 다짐이다.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이사장 최진석)의 "책읽고 건너가기" 11월의 책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고 있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노인이 85일 째 되는 날 아침, "오늘은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배를 탄다. 그 노인처럼 나도, "오늘도 자신이 있다"고 외친다. "'죽기까지 싸워라'는 문장을 자신의 고유한 호흡에 저장할 수 있는가?"라고 최진석 교수는 묻는다. 그러면서 그는 "삶은 투쟁이다. 겉모양만 다듬는 투쟁으로는 진짜처럼 살다 가기 어렵다. 겉모양이 아무리 깨져도 심장 가까이서 심장 안을 기웃거리는 그 무엇이 있다." 이게 청춘(靑春)이다. 이 청춘을 회복하고 싶은 아침이다.

해피 버스데이/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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