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자>를 읽으면서 생각한 용심(用心, 마음 씀)을 다시 생각해 본다. 장자는 형벌로 발이 잘린 왕태를 빌려 다가, 용심의 길을 다음과 같이 알려 주었다.
• 생사(生死, 삶과 죽음)에 초연하라. 나는 '생사초연'으로 기억할 생각이다. 살고 죽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 천지개벽 같은 상황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꿈쩍하지 않는 의연하고 의젓한 사람이 되라. 나는 '태연자약'으로 기억할 생각이다.
• 거짓이 없는 경지를 꿰뚫어 보고(審乎無假 심호무가), 사물의 변화에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무가(無假)는 '거짓이 없는 것'으로 완벽한 경지, 궁극 실체의 경지를 뜻한다. 즉 가짜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심(審)자에 방점을 찍는다. 숙고하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면 '불여물천(不與物遷)'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변화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즉 '명물지화(命物之化)'하고, "이수기종야(而守其宗也)"하라. 사물의 변화를 천명에 맡긴 채, 도의 근본을 지키는 것이다. 같이 책을 읽는 우경은 도의 근본을 "불리지당지극(不離至當之極)"이라 알려 부었다. 마음 씀은 '지극히 마땅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스승의 날이며 토요일이다. '용심(用心)'을 생각해 보았다. 이어지는 <장자>의 글은 이런 말을 한다. 마음의 문제라면 그런 마음이란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다고 공자는 말한다. 남의 눈치나 칭찬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실현만을 위해(爲己, 자기 자신이기 위해)', 차분하고 조용히 정진했을 뿐인 데도,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이런 거울같이 맑은 마음에 자기들의 참모습을 비추어 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훌륭한 성인이라면 승천이라도 할 수 있을 터이니, 그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겠다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사초연, 태연자약, 심호무가, 불여불천, 명물지화, 이수기종야, 불리지당지극"를 수첩에 적어 놓고, 마음 씀의 습관을 일상에 구현하리라 다짐한다. 이 길이,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목숨을 걸고" "진짜가 되는" 방법이다.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모든 스승이 기억할 일이다. 나는 "진짜 술꾼"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술을 마실 생각이다.
목숨을 걸고/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젠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의 피에몬테(Piemonte) 지역 와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지도를 보고 싶으면, 지난 5월 1일과 5월 8일자 <인문일기>를 보시면 된다. 이 지역은 알프스 산맥의 발(foot of the moutain)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은 실제로 알프스 산맥이 거의 완벽하게 에워싸고 있어서 특별한 기후대를 형성한다.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가을엔 안개가 많이 낀다. 그러면서 길게 이어지는 가을은 네비올로(Nebbiolo)포도가 늦게까지 충분히 무르익도록 해준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가장 유명한 와인은 이탈리아 최상품 레드와인인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꼬(Barbaresco)이다. 다음은 두 지역을 잘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바르바레스꼬를 만나보려고 한다. 바르바레스코는 발음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바르바'를 발음하고, 쉬었다가 '레스코'를 발음하면 쉽다.
오늘은 Bava(바바)라는 이름의 페밀리 와인 양조장의 구 와인을 소개한다. 이 가문은 1600년대부터 이곳에서 포도재배를 해 왔으며, 1911년에 비로소 독자적인 척 양조장을 건립했다. 이후 100여 년간 4대에 걸친 와인 제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은 와인 샐러에 음향 시설을 갖추고 각 와인 스타일에 따라 맞는 음악을 들려준다고 한다. 이 음악은 와인이 발효되고 숙성되는 전 과정에 매우 중요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마치 태교음악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와인 마케팅에도 사용한다. 바바는 각 포도품종과 각 떼루아가 지닌 특성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각기 다른 와인을 분류해, 음악의 악기와 연결시킨다. 예컨대, 관악기는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보고, 현악기는 레드 와인과 연결시킨다. 실제로 바바 와인의 라벨을 보면, 와인 이름도 악기 이름이 많고, 그 악기 그림이 라벨을 장식하고 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롤로 스카로네 싱글 크뤼 와인은 더블 베이스(Double Bass) 악기가 그려져 있다. 그만큼 묵직한 와인이라는 것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랑게 지역의 중심 마을 알바(Alba) 시를 사이에 두고 왼편에 바롤로가 있다면, 오른편에 있는 곳에서 바르바레스코가 생산된다. 총 3개 마을에서 만들어진다. 이곳도 포도품종 네비올로로 와인을 만든다. 그러나 토양과 기후가 다르기에 바롤로와 구별된다. 두 지역이 같은 품종으로 만들어지다보니 개성이 강한 바롤로에게 묻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바롤로 지역보다 좀 더 따뜻하고 건조하며 그리고 온화한 날씨이다. 따라서 포도가 빨리 과숙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의 와인에는 충분한 탄닌을 부여하지 못하며 바롤로에 비해 산도가 낮은 와인이 만들어진다. 물론 바롤로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오히려 시간을 요하는 바롤로보다 음용성과 표현력이 좋아 출시 후 바로 마셔도 무리가 없는 게 바르바레스코이다. 충분한 숙성을 거치지 않은 바롤로는 거칠고 강한 맛을 내지만, 바르바레스코는 매끄럽고 유순해서 마시기 수월하다. 달콤하고 메콤한 향기도 매력적이다.
오늘은 두 번째 사진 <바바 바라바레스코>를 읽습니다. 라벨에 많은 정보가 없습니다.
(1) BAVA(바바): 와인 양조 회사 이름이다. 그리고 배경의 색이 와인 칼라와 거의 비슷하다. 우리는 이 와인을 <바바 비올론첼로 바르바레스코>라 읽는다. 풍성한 부드러움과 심오한 깊이의 사운드를 지닌 현악기 첼로로 표현되는 와인이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잘 숙성된 깊이를 지닌 매혹적이며 성숙한 여인의 느낌을 주는 와인으로 받아들인다. 표기는 안 되었지만,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대표적인 토착품종인 네비올로 100%로 양조한 것으로 받아들이다. 이 양조장은 와인도 생명체로 아름다운 음악은 와인의 숙성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을 갖고 와인을 양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매년 포도 수확 후 발효 시기에 포도밭 중앙과 콘서트홀을 갖춘 셀러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진행해 음악의 감성을 와인에 불어넣고 있다. 바바 양조회사는 와인을 잘 표현하는 악기를 선택해 라벨에 표현할 정도로 음악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면 <바바 스트라디바리오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는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음색을 지녀 천상의 소리를 낸다는 스트라디바리오 악기 이름을 와인에 사용한다.
(2) BARBARESCO(바르바레스코): 포도가 재배된 곳이며, 동시에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바르바레스코는 엄격한 포도 품질관리를 하며 뚜렷한 자신만의 맛과 향을 지니며 바롤로 와인처럼 유명세를 이젠 회복했다. 수확한 포도의 출처를 확실하게 밝히며 이를 라벨에 표기하면서 와인의 신뢰도를 얻었다.
-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포도를 사용하는 와인: 라벨에 네비올로 랑게(Nebbiolo Langhe)라 표시한다.
- 여러 포도밭 간의 혼합 와인: 그냥 바르바레스코만 라벨에 쓰인다.
- 최상급 포도밭인 '크뤼(cru)급; 포도만을 사용한 와인으로 각각 구분하여 생산된다. 포도밭 이름이 함께 표기된다.
- 위 세 가지 외에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Riserva)이다. 크뤼급 포도를 더 많이 사용한 경우이며 이 표기 없는 와인 보다 품질이 우수하여 좀 더 숙성된 맛을 낸다.
(3) Barbaresco Denomi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a(데노민아지오네 디 오리진느 콘트롤라타 에 가란티아):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DOCG 1 등급 와인이라는 말이다. 백라벨에 빈티지 2015와 알코올 14%가 명기되어 있다.
참고로 손진호 교수는 이 와인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맑은 벽동색 뉘앙스가 일품인 이 와인을 딸에 떨어진 단풍진 참나무 이파리를 연상시키는 애잔함이 있다. 곤초와 장미, 향긋한 동방이 향신료 박스를 열은 듯 풍겨 나오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바롤로 스카로네(사진)와는 사뭇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높은 산도와 미려한 질감, 농축됐으나, 무겁지 않은 비중감이 바르바레스코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복합적이며 풍부하고 매우 우아한 스타일로, 긴 여운을 남긴다. 바롤로가 웅장한 감동을 줬다면, 이 바르바레스코는 우아한 감동으로 나를 이끌었다. 계속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바르바레스코의 부께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며 음미해봤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