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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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소개하고 있는 와인 이름은 몰도바 최초의 샤또(chateau)식 와이너리(양조장) 이름이기도 하다.
벌써 8월 1일이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원노트도 새 섹션으로 바꾸어야 한다. 8월이 시작되는 첫 날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오세영 시인의 <8월의 시>이다. "8월/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달이다. (…) 8월은/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가을 산을 생각하는/달이다." 8월이 시작되면 엄청 더운데, 올해는 예외적이다. 계속되는 장마가 더위를 막고 있다. 가끔씩 쏟아 붓는 장맛비가 기온을 낮춘다. 그러나 불쾌지수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의 연속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오늘 아침은 8월의 첫날이지만, 하잔한 토요일 아침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약속한 와인 이야기를 하려한다. 오늘 아침에 소개하는 와인은 몰도바 와인인데, 와인 이름이 <카스텔 미미 메를로>와 <카스텔 미미 까베르네 쏘비뇽>이다. 어떤 분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에 와서, 미미(MIMI)를 한국말로 읽어 <씨씨>와인이라 불렀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본다면 MIMI를 충분히 '씨씨'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다 같이 웃었다. "그렇군요" 하면서. 왜 그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을까?
'미미"를 "씨씨"로 읽은 사람은 사물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이다. 우리는 외부에 있는 그것을 사실대로 보는 것을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한다. 붓다는 ‘여실지如實智’를 강조했다. '여실지'란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것이다. 그 반대가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이다.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려워 그렇게 말한 것이다. 프레임 법칙이란 것 때문이다. 그것은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곤 하는 것은 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으로 상대방을 배려함이 없이 모든 걸 자기 입장에서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되어 분쟁이 생기는 것이다. 선입견(先入見)은 자아의 성찰(省察)없는 자만(自慢)이나 오만(傲慢)에서 나와 모든 오해와 분쟁의 불씨가 된다.
그 분과 함께 <샤또 미미>를 마시면서, 나는, 인문운동가로서 인문적 사유를 더 끌고 나갔다. 사회적으로 나아지는 변화를 하려면, 다수가 편하고 무리 없는 세상, 적당한 합의 같은 것을 추구하면 되나? 아니다. 그건 절충인 경우가 많다. 다음 주부터 융합, 교섭 그리고 절충의 문제를 고민해 보려 한다.
교집합의 합의는 다수를 쫓는 다수결로 가끔 합리적이지 못하다. 최근의 부동산 문제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공집합이 맞다. 모두 마음을 비우면 다 포개질 수 있다. 공집합은 열 개를 합해도 공이라, 안에 있는 사람이 다 인정하는 세상이다. 나를 비우는 것이 욕망이나 탐욕을 내려놓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는 바가 상황과 어떻게 조화될지 판단하는 데도 비움으로써 여실지견(如實之見)할 수 있다. 이념이든 관념이든 내용을 빼 버리면 세 개가 한 집합으로 가는 거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공존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대 필요한 일이다.
여기서 멈추고, 다시 와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 전에 술에 관한 시 한 편을 공유한다. 술에 얽힌 시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난 8월 1일을 제일 싫어한다. 어린 시절 이 날에 큰 사고를 당했었고, 또 내 처가 하늘 나라로 간 날도 우연하게 8월 1일이다. 오늘도 별 탈 없이 잘 지내야 할텐데. 그러려면 더 나를 비워야 한다. 세상일은 'I'm nothing(난 없어)'하면 다 잘 풀린다. 빨리 와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소주병/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오늘 아침 소개하고 있는 와인 이름은 몰도바 최초의 샤또(chateau)식 와이너리(양조장) 이름이기도 하다. 라벨에 적힌 1893이란 숫자 이 양조장의 창립 년도이다.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이다. 샤또식이란 말은 양조장이 대저택, 아니 성처럼 웅장하기 때문같다. 프랑스 보르도 방식을 말한다. 샤또는 프랑스어이고, 이를 영어로 하면 castel이다. 그러나 우리는 castle로 더 많이 알고 있다. 어쨌든 라벨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보아도, 우리는 이 양조장의 웅장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양조장 <카스텔 미미>의 창립자가 콘스탄틴 미미(Constantin Mimi)이다. 그는 23세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땅에 포도나무를 심었고, 프랑스에서 와인을 공부했다. 25세에는 샤또 건설을 착수해 8년 만에 완공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와인은 곧바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활발한 수출로 이어졌다. 그런데 러시아가 몰도바를 소비에트 연방으로 합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40년 카스텔 미미는 연방국 최대 와인 공장으로 바뀌었고, 몰도바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품질보다 양 위주의 생산을 약 60년간 이어가야만 했다.
양조장 <카스텔 미미>는 트로핌(Trofim) 가문이 새로 인수하면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와이너리 현대화와 와인의 고급화를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최신 양조 기술을 도입했으며, 공연 시설과 호텔과 레스토랑을 지어, 와이너리를 복합 와인문화공간으로 변모 시켰다. 지금은 몰도바의 3대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오늘 아침 사진으로 세 병의 와인을 찍은 것은, <카스텔 미미> 와인을 이렇게 포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한 병은 <카스텔 미미> 메를로 와인이다. 여기서 메를로는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 '마음씨 좋은 동네 어르신 같은' 편안한 와인을 만들어 주는 포도 품종이다. 그리고 붉은 과일향을 내며, 마시기 편한 와인이 되게 한다. <카스텔 미미 메를로>는 야생 베리(산딸기)향이 풍부하고, 계피 등 향신료 향도 느껴지며, 벨벳처럼 탄닌이 부드럽다. 물론 드라이하다.
가운데 있는 와인이 <카르텔 미>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여기서 까베르네 소비뇽은 레드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품종으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레드 와인의 왕'을 만들어 준다. 어떤 사람은 이 품종의 이름을 줄여서 "까쇼"라고 부르는데, '고급 진' 자세는 아니다. <카스텔 미미 까베르네 소비뇽>은 말린 자두향과 함께 후추, 다크 초콜릿 같은 복합적인 향미를 이룬다. 질감도 탄탄하다. 개인적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메를로가 몰도바의 느낌이 더 난다.
오늘 아침 와인이야기에서 하는 몰도바와 몰디브를 혼동하면 안 된다. 동유럽에 있는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한 동유럽의 내륙국이며 1991년 소련 연방의 붕과로 독립해 1992년 3월에 Un으로부터 국가로 인정을 받았다. 이 나라는 전 국토가 와인생산을 하는 나라이다.
마지막 팁. 이렇게 두 병을 선물 받아 마시게 되면, 와인을 마시는 순서가 중요하다. 우선 메를로를 마시고 그 다음을 까베르네 소비뇽을 마시는 거다. 그러나 프랑스는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을 원칙적으로 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Medoc), 오-메독(Haut-Medoc)이나 그라브(Graves)란 지역이 써 있으면 그건 까베르네 소비뇽을 많이 넣고 블랜딩한 것이다. 반대로 라벨에 프랑스 보르도의 쎙떼밀리옹(이건 연음이 되므로 원어를 눈 여겨 봐야 한다. Saint-Emiliion)이나 뽀므롤(Pommerol) 지역 이름이 적혀 있으면 메를로를 기반으로 블랜딩한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을 와인을 선물 받으면 마시는 순서가 우선 쎙떼밀리옹이나 뽀므롤부터 마시는 것이다. 더 아시는 내용인데, 왕 초보자를 위한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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