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2021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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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금 나는 이탈리아의 베네또(Veneto) 지방 와인 여행을 하고 있다. Dl 지역 와인을 보면, 발폴리첼라(Vapolicella), 발폴리첼라 리파소(Ripasso), 아마로네(Amarone) 델라 발폴리첼라, 레치오토(Recioto) 델라 발폴리첼라 와인 등 서로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래 오늘은 그 차이들을 살펴본다.
발폴리첼라는 베네또 지방에 있는 지역 이름이기도 하다. 다음 지도가 발폴리첼라 와인 산지이다. 끌라시꼬 지역은 더 좋은 품질의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발폴리첼라의 등급은 위와 같이 구분된다.
가장 기본에 발폴리첼라(클라시코) DOC
그 위로 발폴리첼라 슈페리오레 DOC
발폴리첼라 슈페리오레 리파소 DOC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DOCG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DOCG
이렇게 구분할 수 있으면 등급 위로 올라갈수록 가격도 상승한다. 알반 발폴리첼라 와인은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이지만 복합미 있는 와인은 아니다. 라벨에 슈페리오레(Superiore)라고 붙어 있으면, 알코올 도수가 좀 더 높고, 최소 1년간 숙성 시킨다.
이것들 중에 아마로네와 레치오또는 아삐시멘토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아파시멘토(Appassimento=파시토, Passito)는 베네또 지방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와인 양조 방식으로 포도를 건조하여 당분을 집중시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얻어진 포도로 감미로운 스위트 와인인 레치오토만을 생산했지만 높은 당도의 포도를 전부 발효시킬 수 있는 효모가 개발 된 뒤 드라이하며 씁쓸한 아마로네 와인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파시멘토를 사용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 먼저 꼬르비나 품종의 사용인데 최근 연구에서 이 품종이 거의 유일하게 건조시켜 탈수 현상을 통해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품종이라고 밝혀졌다. 또한 건조장은 통풍이 잘 되어야 하며 숙련된 재배 팀이 100% 손으로 수확하여 포도가 물러지거나 하지 않은 채 최대한 건강한 상태 그대로 건조되어야 한다. 압착은 강하지 않게 해야 하며 발효 또한 35일에서 50일 동안 매우 천천히 진행되어야 한다. 아마로네는 특수한 효모를 사용 해 끝까지 발효시켜 드라이하며 높은 알코올을 가진 와인으로 탄생하며 레치오토는 더 많은 당분을 함유한 포도를 사용 해 중간에 발효를 멈춰 달콤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아파시멘토 방식은 오래전부터 베네토에서 페르골라 Pergolas 방식의 캐노피 관리와 충분히 과실이 익지 않는 자연적인 한계 때문에 고안되어 사용 된 방식이며 아직까지도 베네토 지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양조 방식이다. 아파시멘토는 이탈리아 식, 파시토(passito)는 영어 식 표현이다.
다음 리파소(Ropasso) 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리파소는 아파시멘토 방식으로 포도를 건조시켜 아마로네와 레치오토를 만들고 난 껍질과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발효가 끝난 발폴리첼라 와인에 넣어 껍질과 찌꺼기에 남은 효모를 통해 재 발효시켜 더 복합적인 풍미를 와인에 부여하는 양조방식이다. 다시 통과시킨다는 re-pass의 뜻을 가진 단어이며 베네토 지방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양조방식이다. 생산자 마시(Masi)가 만든 것이다. 발폴리첼라와 아마로네는 품질의 차이도 크지만 가격의 차이는 더욱 더 크기 때문이다. 아마로네와 일반 발폴리첼라의 중간 형태로 최소 알코올은 12,5%이며 발폴리첼라 리파소 슈페리오에는 최소 13%의 알코올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몇 일전에 마신 이탈리아 뿔리아(Puglia) 지방의 와인인데, 라벨에 "APPSSIMENTO METHOD IS MY PASSION"이라 쓰여 있는 와인을 읽어 본다.
와인 앞면 라벨이다.
(1) CONTE DI CAMPIANO (꽁떼 디 캉피아노): 와인 회사로 이탈리아 지도에서 보통 말굽으로 표현하는 뿔리아 지방의 와인이다. 이 지역은 프리미키보가 유명하다, 이 포도품종이 미국으로 건너가 진판델이 된다.
(2) APPSSIMENTO METHOD IS MY PASSION: 위에서 살펴 본 거처럼, 아마로네를 만들 때 이용되는 양조법이다. 아삐시멘토는 완숙한 포도를 실로 엮어서 그늘에 말리는 과정을 뜻한다. 이렇게 포도를 말리면 수분이 줄어들오 와인 생산량 자체는 줄었지만, 강한 단맛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발폴리첼라에서는 당분을 모두 발효시킨 아주 드라이한 풀-바디 와인, 아마로네와 잔당을 살린 스위트 레치오토 와인 모두를 생산한다. 이 와인도 아빠시멘토 기법으로 만들어진 와인인데, 포도 품종으로 네그로아마로(Negroamaro)를 사용한다. 남 이탈리아의 뿔리아 지방에서 만들어진 이 와인은 건조로 말린 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높은 볼륨감, 풍부한 바디감이 느껴지고, 미디엄 바디에 딸기, 체리향 등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질감, 약간의 오크, 밸런스 잡힌 산미 등이 좋다.
다음은 라벨 뒷면이다.
(1) CONTE DI CAMPIANO: 와인 제조 회사
(2) SALENTO: 아탈리아 반도 남동쪽의 반도지역이다. 장화 모양인 이탈리아 반도의 뒷굽에 해당하는 위치이다.
(3) 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이탈리아 와인 등급으로 IGT라 한다. 이탈리아 와인 등급은 다음 사진과 같다.
(4) NEGROAMARO(네그로아마로): 이 지역의 토착 포도 품종이다.
(5) PASSITO: 아빠시멘토의 영어 식 표현이다.
(6) 75cl 이고 알코올 도수는 14%이다.
오늘이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는 8월이다. 이 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 수 있을까? 밖은 무더위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조용하다. TV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중계로 신이 났다. 가는 세월 잡을 수는 없지만, 세월 속에 아름다운 인생을 수놓을 수 있어, 세월이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일 수 있는데, 세상이 올 스톱 되어 있다. 휴가도 못 가고 집에서 눈이 아프도록 책만 읽는다. 그래 7월이면 공유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육사의 <청포도>이다.
시인의 고향 마을에는 7월이면 청포도가 익어가나 보다. 청포도에는 마을의 과거가 묻혀 있고 꿈꾸는 미래가 알알이 박혀 있다 한다. 어느 고장이든지 그 고장 나름의 개성적 전설이 있기 마련이다. 청포도는 고장의 자연, 동네 사람들의 흔적, 그 고장의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서 자라왔을 것이다. 시인의 고장에서 익어가는 청포도에는 하늘의 꿈꾸는 미래가 알알이 박혀 있다. 꿈꾸는 미래 중에 청포를 입은 손님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 손님은 바다 건너 먼 타향에서 고생을 참 많이 한 사람인가 보다. 손님이 시인의 고장에 찾아오면 두 손이 적셔질 정도로 그와 함께 청포도를 떠먹기를 고대하고 있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은쟁반에 하얀 모시 수건을 놓으라 한다. 은쟁반에 담은 청포도를 두 손이 적실 정도로 먹다가 하얀 모시 수건으로 손을 닦는 모습이 그려진다. 시인의 마을은 와인은 없었나 보다.
올 여름은 2020 도쿄 올림픽을 TV로 보다가 지치면, 오래 전에 방영되었던 <나의 아저씨>를 넥플리스로 다시 보기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많이 즐기고 있다.
청포도/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오늘은 약속도 없고, 한가한 저녁이다. 그래 와인의 코르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본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은 코르크 마개를 따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개봉된 코르크 마개는 오랜 시간 병 속에 갇혀 잠자던 와인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구실을 한다. 어둡고 서늘한 곳에 눕혀서 잘 보관된 와인의 경우 코르크 마개 끝부분이 젖어 있고 곰팡이와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 식사할 때 시행하는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은 소믈리에가 개봉해 건네준 코르크 마개를 관찰하고 냄새를 맡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르크 마개가 와인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으로, 당시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을 발명한 프랑스 동 페리뇽 신부가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코르크는 재질이 구멍이 많은 다공성으로 미량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는데, 이것은 와인 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인 병을 눕혀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젖어 팽창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산소가 유입되지 않는다. 코르크 마개를 통해 들어가는 미량의 산소는 와인 병 속에 이미 존재하는 용존 산소와 함께 와인을 숙성 시켜 색깔이나 향, 맛을 조화롭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르크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지에서 자라는 오크 나무의 일종인 코르크 참나무에서 나온다. 나무 자체에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술적으로 9년에 한번씩만 외피를 벗겨낸다. 벗겨낸 외피는 6개월을 자연 상태에서 말린 후 1시간 반 정도 끓는 물에서 삶아내어 다시 3주를 건조 시킨 후 원하는 용도에 맞게 자른다.
와인 병에 코르크 마개를 이용하는 중요한 이유는 코르크는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어 병목에 쉽게 삽입되고 일단 들어가면 다시 팽창하여 다량의 공기가 들어와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코르크의 조직사이로 아주 미세한 양의 산소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유입되어 와인을 천천히 숙성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 병을 개봉할 때도 스크류 같은 오프너를 사용하면 쉽게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천연재료인 코르크도 결함이 있다. 먼저 질 나쁜 코르크의 경우 조직이 엉성하여 많은 양의 공기가 유입되어 와인을 일찌감치 산화 시키기도 하고, 코르크 마개에 곰팡이가 형성되면 아주 극소량으로도 완전히 와인 맛을 망쳐버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코르크화(Corky)'라고 한다. 즉 곰팡이에 의해서 코르크가 변질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와인 회사와 코르크 업체 사이에 소송이 일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코르크 마개의 대체 상품인 합성 코르크(플라스틱 코르크, synthetic cork)나 스크루 캡(screw cap = screwtops = twisted cap)이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 상품의 장점은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원가 절감도 되지만 코르크 마개가 변질되어 생기는 곰팡이로 인해 완전히 와인을 망쳐버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르크 마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예상외로 코르크 마개가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와인 병을 개봉하는 자체를 하나의 ‘성스러운 하나의 의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심미적인 차원에서 합성 코르크가 이 의식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스크류 풀과 같은 오프너로 합성 코르크를 딸 때 스크류에 박힌 마개를 뽑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가의 와인의 경우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성 코르크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숙성 시킬 필요가 없는 보통 와인들의 경우 합성 코르크나 스크류 캡 사용에 대해 일반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아직은 스크류 캡보다는 그래도 모양이 비슷한 합성 코르크가 거부감이 적다. 하지만 뉴질랜드 와인 생산업자들은 과감히 합성 코르크나 스크류 캡으로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와인 병의 마개로 어느 것이 더 적합한가라는 논쟁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합성 코르크나 스크류 캡을 보기조차도 힘들다. 세계적인 추세가 반드시 중저가 와인에만 이런 마케팅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코르크를 대체하는 이런 마개들을 볼 때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싸구려 와인의 이미지이다. 스크류 캡은 윗부분과 옆 부분이 알루미늄으로 구성되고 윗부분의 안쪽이 특별히 주석 박편으로 싸인 폴리에틸렌 안감으로 만들어져 있다. TMI(too much talk)이지만, 이 기회에 코르크에 대해 정리를 해 본다,
1) 코르크의 기능
• 와인이 새지 않는 방수, 보호 기능
• 극소량의 공기와의 접촉을 허용해 맛을 개선
• 와인에 들어 있는 물질을 아로마 화합물의 형태로 바꾸어 준다. 예) 바닐라 향 등
2) 코르크의 재질
• 코르크나무: 기후의 영향으로 지중해 연안에서 잘 자란다. 예컨대, 포르투갈, 스페인, 알제리, 이탈리아, 모로코, 튀니지, 프랑스 등이다. 이 중 최대 산지는 포르투갈이다.
• 코르크나무의 껍질: 통상 25-30년 수령의 코르크마무에서 껍질을 벗겨내고(écorçage), 이를 다시 건조, 그리고 끓는 물에 담그기(bouillage) 등의 작업과정을 거친다.
3) 코르크의 길이는 와인에 따라 다르다.
• Vin de table: 길이 38mm, 지름 24mm
• Vin de pays: 길이 44mm, 지름 24mm
• VDQS: 길이 54mm, 지름 24mm
• AOC: 길이 54mm, 지름 24mm
• 샴페인: 길이 47mm, 지름 31mm
4) 새로운 코르크마개의 시도
• 플라스틱으로 된 와인마개 (합성 코르크)
• 금속으로 된 스크루 캡: 최근에 값이 싼 와인들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코르크 마개를 한 와인 병이 가진 문제점으로써 코르크화가 생기게 되자 와인 병마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면서 이런 것들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호주 등지에서 널리 확산되는 추세이다. 왜냐하면 쓰기가 간편하고 자연 코르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일부 와인 유통업자 측에서 소비자의 기피현상을 내세워 선뜻 이에 응하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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