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일기>에서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말이다. 오늘까지 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와인 여행을 하려 한다. 다음 지도는 이 지역의 와인을 이해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전통적인 와인 생산 지역이 아닌 볼게리(Bolgheri)로 떠난다. 지도에서 찾아 보시기 바란다. 바다 쪽이다.
이탈리아는 산지별로 각기 다른 토양과 기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인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좋은 재배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와인은 전근대적인 생산방식과 품질관리 소홀로 1950년대 말까지만 하여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다른 나라 와인들이 양보다는 품질로 선회한 것에 반해, 이탈리아 와인은 그대로 양적인 팽창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탈리아 정부는 와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1963년부터 프랑스의 AOC(원산지통제명칭 와인)를 모방하여 DOC 제도를 만들어 와인 생산의 품질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그러나 DOC 역시 생산성이 좋은 품종이 잘 자라는 지역을 기준으로 분류함으로써 오히려 질보다는 양적인 팽창을 부추겼다.
이탈리아 와인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토스카나(Toscana) 지방의 끼안티(Chianti)와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피에몬테(Piedmonte) 지역의 바롤로(Barolo), 베네토Veneto) 지역의 아마로네(Amarone)이다. 이 와인들은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슈퍼 토스카나'라는 와인이 나타나 이탈리아는 와인의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슈퍼 토스카나는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적인 포도품종이 아닌 프랑스의 포도품종인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배합한 것이고, 또한 토스카나의 비전통적인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양조방식에 있어서도 당시의 전통 방식이었던 슬로베니아 대형 오크 타원형통(카스크)을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 225리터 오크통인 바리크(Barrique)에서 숙성 시킨 와인이다. 이러한 오크통의 효능은 색깔이 짙고 풍부한 아로마를 지닌, 그러나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프렌치 바리크를 사용함으로써 국제적인 취향에 맞는 아로마가 생성되었고, 와인은 훨씬 견고한 구조감을 지니게 되었다. 즉 엄격한 이탈리아의 DOC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당시 이 와인은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 de table, table wine)로 표기되었다. 그러나 포도원을 방문한 한 영국 기자가 와인을 시음한 뒤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이 와인을 그저 ‘비노 다 타볼라’라고 부르는 게 난감하여, “슈퍼 토스카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슈퍼 토스카나는 여기서부터 나온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재벌 회장이 슈퍼 토스카나를 임원들에게 선물하면서 알려진 와인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4년 추석선물로 주요 계열사 고위 임원들에게 돌려 국내에 알려진 와인이 슈퍼 토스카나의 효시인 <티냐넬로(Tignanello)>이다.
국제무대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1978년 슈퍼 토스카나의 혁명의 기수인 <사씨까이아(Sassicaia)>가 영국의 와인 전문 잡지 <디켄터>가 주관한 런던 와인 시음 회에서 만점을 받았고, 결국 1994년 <사씨카이아>는 DOC 등급으로 승격되었다. 오늘 선택한 개별 와인 <사시까이아>는 시 한 편을 공유한 다음으로 옮긴다. 작년도 그랬지만, 올해는 꽃들이 예전보다 상당히 뻘라 핀다. 5월도 안 되었는데, 벌써 '꽃 중의 왕'인 모란(목단)이 화려하고 피고 지려 한다.
작년처럼, 올해도 내가 좋아하는 <모란동백> 시를 다시 한 번 더 공유한다. 가수 조영남이 기교없이 부르는 담백한 노래가 프랑스 부르고뉴의 명품 피노 누아르 와인을 마시는 듯 하다. 모란은 꽃 중의 왕이다. 예로부터 부를 상징한다고 여겨 귀하게 여겨왔다. 모란과 작약을 구별하기 힘들다. 모란은 목단(牧丹) 화왕(花王), 부귀화(富貴花) 등 다양한 이름이 있으며, 작약과 비슷한 나무라는 뜻으로 목작약(木芍藥)이라고도 한다. 작약은 크고 탐스러운 꽃이 함지박처럼 넉넉하다고 해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모란은 낙엽 관목이고, 작약은 다년생 풀이다. 나무인 모란은 나뭇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지만, 풀인 작약은 땅 속에서 붉은 싹을 틔운다. 나무인 모란과 달리 작약은 에서 붉은 알뿌리 한 포기에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곧게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겨울이 되면 나무인 모란은 잎이 떨어진 가지가 남아 있지만, 풀인 작약은 뿌리만 남고 줄기를 찾아볼 수 없다. 모란의 개화 시기 4-5월, 작약의 개화 시기는 5-6월이지만, 요즈음은 동시에 꽃을 피우는 경우도 많다. 모란과 작약을 구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잎 모양이다. 모란은 잎에 윤기가 없으며 잎이 오리발처럼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반면 작약은 잎이 코팅한 것처럼 윤기가 흐르고 갸름하며 줄기에서부터 잎이 나누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33tAMu0OARE
모란동백/이제하 작사 작곡, 조영남 노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오늘 와인 읽기는 이탈리아 슈퍼 토스카나 혁명의 기수, <사씨까이아(Sassicaia)>이다. 우리가 잘 알다싶이, 토스카나 지역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이다. 여기서 대표하는 레드와인의 포도품종은 산지오베제이다. 프랑스가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면 이탈리아는 산지오베제이다. 따라서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당연히 산지오베제를 심어야 하고, 와인 소비자 역시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를 최고로 쳐주었다.
그런데 유서 깊은 토스카나의 와인 생산 가문인 피에로 안티노리(Pierro Antinori)의 제안으로 세상에 나왔다. 고급 레드 와인이 나오지 않던 토스카나의 해안에 가까운 볼게리 지역에서 까베르네 소비뇽만으로 만들어지었다. <사씨카이아>는 당연히 이단아 취급을 톡톡히 받았다. 왜냐하면 정부의 와인 생산법인 DOC법을 뭐 하나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당시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테이블 와인,VDT)로 포기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탈리아 와인의 서열은 DOCG-DOC-IGT-VDT의 순서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슈퍼 토스카나'로 명명된 <사씨카이아>는 시장에서 대단한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1978년 런던의 와인 품평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값이 전정부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와인은 오래 간직할수록 맛과 향이 진해져 자녀가 태어난 해의 빈티지를 구입했다가 성년의 날에 선물하기도 하는 와인이다.
'슈퍼 토스카나'의 탄생으로 이제 이탈리아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이탈리아의 와인 등급체계인 DOC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제는 더 자유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기 위해 등급을 낮추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 국제 와인 시장에서 이탈리아 와인은 등급보다는 '슈퍼 토스카나'라는 명칭으로 그 우수성이 표현되고 있다.
(1) SASSICAIA, Tetuta San Guido(싸시까이아, 떼누타 산 귀도): 1920년대, 피사(Pisa) 지방의 한 학생인 로께타(Rocchetta)의 마리오 인시아(Mario Incisa)는 와인의 한 종류를 창조해 낼 꿈을 키우고 있었다. 사실 그의 이상형은 보르도 와인 스타일이었다. 그의 부인 끌라리스(Clarice)와 함께 토스카나 지방의 티레니안(Tyrrhenian) 해안가에 자리잡은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에 정착한 후로, 그는 프랑스 포도들을 실험하기 시작했으며 까베르네 쏘비뇽 품종이 그가 찾던 향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떼누타 산 귀도에 이 품종을 심기로 결심한 것에는 토스카나 지역이 보르도의 그라브 자역과 흡사한 주변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싸시까이아는 이탈리어어로 자갈(sassi)이란 뜻처럼, 자갈이 지천이었고, 위치도 해발 350m라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려는 마리오 후작에게 적합한 곳이었다. 참고로 보르도의 그라브 지역의 그라브라는 이름도 그라벨(gravel: 자갈)에서 온 말이다.
(2) SASSICAIA(사시까이아): '돌이 많은 땅'을 뜻하는 포도 밭 이름이며, 슈포 토스카나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3) 2016: 2016년 빈티지이다. 1985년 빈티지 이후 34년 만에 Robert Parker 100, Decanter 100을 기록했다.
(4) BOLGHERI SASSICAIA DOC(볼게리 사씨까이아 DOC): 1994년 사시까이아 전설을 낳은 동명 포도밭만 구분하여 인정받아 '볼게리 사시까아 DOC'로 구분되었다.
(5) Imbottigliato all'origine Tenuta San Guido-Castagneto Carducci-Italia: 떼누나 산 귀도에서 병입하였고, 양조장 주소이다.
(4) 750 ml이고, 알코올은 14%이다.
일반적으로 사시까이아의 맛은 화려하지 않다. 다른 이탈리아 와인처럼 화사하게 향미를 뿜어내기 보다 농밀하고 과묵한 향이 점잖게 다가온다. 와인을 이루는 어느 한 가지 요소가 결코 튀지 않고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사람들에 의하면, 클래식 음악의 독주곡이나 협주곡이 아닌 교향곡과 같다고 평한다. 모든 악기가 자기 주장을 하지 않고, 서로에게 맞춰가며 완벽하게 연주해낸 교향곡 말이다. 연간 생산량이 22만병 정도이고, 사시까이아쓰기에 품질이 좀 아쉬운 포도로 <귀달베르또(Guidaberto)>(약 40만병)와 <레 디페제(Le Dofese)>(약 30만 병)를 만든다.
참고로 <사씨카이아>의 성공 이후 슈퍼 토스카나는 보다 다양한 실험을 해 나가고 있다. <사씨카이아>이외 또 다른 슈퍼 토스카나들을 소개한다.
① <띠냐넬로(TIGNANEllO)>: <사씨카이아> 생산에 관여한 피에로 안티노리와 지아코모 타기스가 1970년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와인 산지인 끼안티 지역에서 혁신적으로 만든 또 다른 슈퍼 토스카나이다. (1971년 첫 빈티지 출시) 이 와인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비전통적인 요소를 결합시켰다. 즉 끼안티 지방에서 생산된 산지오베제 품종을 사용했지만, 블랜딩에 있어서 프랑스 포도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섞었으며, 양조법에 있어서도 프랑스산의 작은 오크통을 사용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와인도 당시 등급 규정을 위반해 최하위인 비노 다 타볼라 등급으로 분류되었지만 전통적인 이탈리아 와인 산지인 끼안띠 지역을 슈퍼 토스카나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 와인은 포도 수확의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국내 대기업 회장이 2004년 계열사 사장들에게 줄 추석 선물로 선택한 것으로 국내에서 유명해진 와인이다.
② <솔라이아(SOlAIA)> 97: <사씨카이아> 생산에 관여한 피에로 안티노리와 지아코모 타기스가 1978년에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 품종으로 하고 여기에 까베르네 프랑과 산지오베제를 블렌딩하여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들 중 최초로 2000년 “와인 스펙테이터”지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1997년 빈티지가 1위에 선정되었다.
③ <오르넬라이아(ORNEllAIA)>: 피에로 안티노리의 동생인 루도비코 안티노리 (ludovico Antinori)가 1985년에 첫 빈티지로 출시한 와인이다. 이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렌딩한 것이다. 특히 1998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2001년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④ <마세또(MASSETO)> : 역시 로도비코 안티노리(lodovico Antinori)가 100% 메를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 최고 수준의 메를로 와인으로 ‘토스카나의 샤또 뻬뜨뤼스’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