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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피에몬테(Piemonte) 지역 와인 이야기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은 토요일이며, 어버이 날이다. 부모님은 나의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 처럼 여기시고 나의 기쁨은 자신들의 기쁨처럼 여기셨다.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마음이다. 내가 아플 때 사람들은 나를 동정하지만,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고 나를 도와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달랐다. 내가 아플 때 연민을 느끼실 뿐만 아니라, 내 아픔을 자신들이 짊어지고 그 아픔을 덜어주려 하셨다. 내가 기쁠 때, 더 기뻐하시는 존재는 부모 님이었다. 어버이날은 우리들에게 그런 심성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부모가 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어버이 날 아침에, 나는 어른 짓을 잘 하는지 나를 되돌아 본다. 나보다 먼저 하늘 나라로 가신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내 아내가 생각난다. "별국", "별빛 사리"가 나의 배를 불리운다.

별국/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어버이날 다짐한다. 무심(無心)허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무심(無心)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네이버 사전은 이렇게 전하기도 한다. "물욕(物慾)에 팔리는 마음이 없고, 또 옳고 그른 것이나, 좋고 나쁜 것에 간섭(干涉)이 떨어진 경계(境界)". 무심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심한 하늘'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무심하게 있다. 그리고 청주에는 무심천이라 불리는 천(川)이 시내를 관통한다. 정륜 스님은 "뭣도 가지지 않아서 자유"로운 것을 "무심"이라 말한다. 무심하게 산다. 가쿠다 미쓰요라가 쓴 <무심하게 산다>라는 책에는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급한 사람은 갈수록 더 급해지고, 불 같은 사람은 갈수록 더 불 같아지는 등 대부분 내면의 그릇이 작아지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참견, 잔소리 같은 뜨거운 단어를 건너뛰어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느긋하게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무심함'일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그릇이 커져야 한다. 그래야 너그러워진다. 어떤 이는 그릇의 크기와 관계 없이 상관없어서, 즉 무관심해서 너그러워 보일 때가 있다.
• 경험은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가능성을 좁히는 경험도 있다.
• 운동을 한다는 것은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아프기 위해서이다.
• 돈이란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쓸 때보다 불행을 예방하는 데 쓰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매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난 주부터 우리는 이탈리아의 피에몬테(Piemonte) 지역 와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지역은 알프스 산맥의 발(foot of the moutain)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은 실제로 알프스 산맥이 거의 완벽하게 에워싸고 있어서 특별한 기후대를 형성한다.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가을엔 안개가 많이 낀다. 그러면서 길게 이어지는 가을은 네비올로(Nebbiolo)포도가 늦게까지 충분히 무르익도록 해준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가장 유명한 와인은 이탈리아 최상품 레드와인인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꼬(Barbaresco)이다. 바롤로는 최저 알코올 함유량이 13%인 진하고 묵직한 느낌의 와인으로 오크통 2년을 포함, 최소 3년 이상 숙성시켜야만 출하가 허용된다. 최상품인 리세르바(Riserva)급은 5년 이상 숙성시킨다. 바르바레스꼬는 최저 알코올 함유량이 12.5%로 바롤로에 비해서는 좀 가벼운 스타일이다. 오크통 1년을 포함 최소 2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피에몬테 와인 지도에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어디에 있는지 다음 지도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지도에 빨간 표시를 했다.

오늘은 바롤로(Barolo) 와인 한 병을 읽어 본다.

(1) Cesare Pavese(체사레 파베세): 이 지역의 시인이자 소설가의 이름이다.

이 와인 우리가 흔히 보는 와인 라벨과 다르다.  피에몬테 지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1908-1950)의 이름과 초상화가 올라와 있다. 그는 이 지역의 산토 스테파노 벨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여름>(1949)이라는 소설과 시집 <달과 불>이라는 시집으로 알려져 있다.

<보물섬>을 쓴 소설가 로버느 루이스 스티븐슨은 "와인은 병에 담긴 시(Wine is bottled poetry)"라고 말했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 그리고 와인 애호가들이 건배사로 자주 인용하는 말, "인 비노 베리타스(In vino veritas)"도 좋아한다. 그 뜻은 '와인 속에 진리가 있다'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모든 와인을 맛보되 몇 번 홀짝거리기만 하고 어떤 것은 한 병 다 마셔라"고 권했다. 오늘 소개할 바롤로는 한 병 다 마셔야 할 와인이다.

시인이나 작가들은 와인을 즐겨 마셨다. 특히 체사레 파베세의 시에는 상실과 고독, 죽음과 냉담 그리고 좌절된 사랑과 서글픔이 가득하다. 그는 42세에 토리노의 호텔방에서 자살한다. 1923년 무솔리니의 집권과 맞물려 젊고 예민했던 20대와 30대의 청년 시절을 반파시스트 운동으로 보낸 시인의 정서가 맑고 밝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 Barolo(바롤로): 와인 이름이며, 포도 산지이기도 하다.

라벨에 Barolo라는 명기하는 와인은 11개 마을에서 생산된다. 이 중 라 모라, 바롤로, 세라룽가 달바(Srralungga d'Alba), 몬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 카스틸리오네 팔레토(Casliglione Falleto) 5개 마을에서 90% 가까이 생산된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바롤로는 공통적으로 강한 탄닌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법에 따라 출시 전 3년의 숙성을 거쳐야 한다. 이 중 2년은 오크에서 숙성해야 한다.  바롤로 리제르바는 출시전 62 개월의 숙성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바롤로는 10년을 숙성해야 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양조 기술로 좀 더 일찍 마실 수 있는 바롤로를 생산하는 양조장도 있다. 포도품종은 네비올로이다. 네비올로로 만든 와인은 달콤한 아로마와 낙엽을 태운 듯한 스모키함, 질 좋은 가죽과 스파이시한 향신료의 향연 등이 와인에서 피어난다.
(2)  Denomi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a(데노민아지오네 디 오리진느 콘트롤라타 에 가란티아): DOCG 1 등급 와인이라는 말이다. 이 와인은 백라벨을 보면 알코올 도수는 14.%%이다. 빈티지는 2014년이다. 그리고 양조장 이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와인을 우리는 흔히 3B라고 부른다.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그리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가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와인의 양대 산맥인 토스카나에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가 있다면, 피에몬테에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있다. 바롤로는 강렬한 탄닌과 함께 견고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에 비해 탄닌이 적은 편이라 좀 더 부드럽고 향이 더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반영해 바롤로는 '와인의 왕', 바르바레스코는 '와이느이 여왕'이러는 별명이 붙여졌다.

끝으로 바롤로와 어울리는 음식이나 요리는 양고기 구이나 소고기는 내장과 가까워 육향이 많이 나는 안창살 구이가 어울린다. 복합적인 풍미와 풀바디의 바롤로는 육향이 많이 나는 고기와 마리아쥐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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