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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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은 5월1일이고, 토요일 아침이다. 날씨가 좋으면, 토요일 아침은 주말 농장에 간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흐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춥다. 야채들이 걱정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주 농장에서 찍은 겨자채 꽃이다. 고라니가 우리 농장에 내려오면, 제일 먼저 먹는 것이 겨자채이다. 아마 맛이 제일 좋은 가 보다. 나도 상추 중에 겨자채를 제일 좋아한다. 알싸한 겨자향이 매력적이다. 사람들은 야채는 꽃이 피지 않는 줄 안다. 모든 채소는 잎과 뿌리를 먹으니까 꽃은 아예 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정원과 텃밭은 다르다.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에는 정원 문화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라에는 텃밭 문화 밖에 없다. 정원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없는 것을 심는 것이고, 텃밭은 쓸모 있는 땅에 쓸모 있는 것을 심는 거다. 그러나 내 밭은 정원 같은 텃밭이다. 과거에는 정원과 텃밭의 모종들이 별개였다. 정원엔 다양한 볼거리 위주의 꽃이었고, 텃밭에는 먹을 채소 종류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꽃과 채소의 구분을 굳이 하지 않는다. 점점 텃밭의 비중을 넓히고 채소와 허브를 주로 심는다. 잎이 자라면 가을까지 잎을 따서 샐러드 요리를 하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시간이 지나면 채소는 꽃이 피고 씨를 맺는다. 과거에는 꽃대가 올라오면 기를 쓰고 꽃대를 꺾었다. 잎을 오랫동안 먹어야 하기 때문에 꽃을 맺고 씨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이제는 잎을 뜯어 먹을 만큼 먹고 꽃이 맺히면 그때부터 꽃을 즐긴다. 채소 꽃들이 그렇게 예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배추의 노란 꽃은 향도 좋다. 치커리의 파란 꽃은 오래도 갔지만 품위가 있다. 당근, 상추, 부추, 파, 루꼴라 등 모든 채소의 꽃이 정원용 꽃에 뒤지지 않는다.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노동자의 날이다. 프랑스는 이날 일반 직장이 쉬는 것은 물론 대중교통까지 운행을 중단한다. 버스와 트램을 책임지는 사람들도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자가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그들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노동절에 은방울꽃을 지인이나 동료에게 선물한다. 이 꽃을 프랑스에서는 뮈게(Muguet)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부케로 사용하는 전통이 있다. 꽃의 모습이 신부와 같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이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 집니다"이다. 사실 잘 보면, 우리들의 호의호식은 모두 노동자들 덕분이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날이다. 그들이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메주 토요일은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몇일 전 연세메세나치과 최인복 원장의 글을 읽었다 와인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했다. 우리는 딸기 아이스크림의 기본적인 맛을 알기 때문에 처음 맛보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부터 기대를 하며 맛을 평가하는 즐거움 누린다. 와인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맛을 알면 다른 품종의 와인을 마실 때도 차이점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와인을 즐길 때는 각 품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그리고 와인의 행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와인 소믈리에들의 80% 이상이 와인의 행을 중요시 한다. 우리의 음식에 대한 기억도 대부분이 향에 대한 기억이다. 와인을 마실 떼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향을 느끼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다양한 와인 글라스가 있는 것도 향을 최대한 느끼게 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쯤에서 오늘의 시를 한 편 읽고,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매월 1일이면 오세영 시인의 것을 공유한다. 오늘도 그의 시이다.
5월/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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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오늘도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를 한다. 지난 주까지는 토스카나 지역 와인을 여행했는데, 이젠 피에몬테(Piedmonte) 지역으로 옮긴다. 사진을 보시고 어디인가 알아 두시기 바란다.
피에몬테에서 피에가 '발'이라는 뜻이고, 몬테가 '산'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피에몬테는 "산맥의 발치' 또는 그냥 '산 기슭'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이 지역은 알프스 산맥의 발(foot of the moutain)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곳은 실제로 알프스 산맥이 거의 완벽하게 에워싸고 있어서 특별한 기후대를 형성한다.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가을엔 안개가 많이 낀다. 그러면서 길게 이어지는 가을은 네비올로(Nebbiolo)포도가 늦게까지 충분히 무르익도록 해준다. 중심 도시가 토리노(Torino)이다. 자동차 피아트의 고장이고, 유벤투스 축구팀의 홈구장이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가장 유명한 와인은 이탈리아 최상품 레드와인인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꼬(Barbaresco)이다. 바롤로는 최저 알코올 함유량이 13%인 진하고 묵직한 느낌의 와인으로 오크통 2년을 포함, 최소 3년 이상 숙성시켜야만 출하가 허용된다. 최상품인 리세르바(Riserva)급은 5년 이상 숙성시킨다. 바르바레스꼬는 최저 알코올 함유량이 12.5%로 바롤로에 비해서는 좀 가벼운 스타일이다. 오크통 1년을 포함 최소 2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최상품의 바르바레스꼬를 만드는 회사로 안젤로 가야(Angelo Gaja)가 유명하다. 이 와인들은 이탈리아 최고의 품종인 네비올로로 만든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프랑스의 보졸레와 같이 가볍게 마시는 단기 숙성 타입의 돌체토(Dolcetto) 와 바르베라(Barbera)로 만든 바르베라 와인이 유명하다. 이 와인의 이름은 포도품종의 이름이다. 또한 단맛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도 이 지역 와인이다.
아스티 스푸만테는 샤르마 방식이 도입되어 최초로 양조된 스뿌만떼로서, 드라이한 맛으로 이탈리아 대표적인 스뿌만떼로 평가되는 쁘로쎄꼬(Prosecco), 레드와인으로 ‘이탈리아의 코카콜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람브루스꼬(Lambrusco)가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발포성 와인 중에는 프리잔떼(Frizzante)라는 종류가 있다. 스뿌만떼와의 차이는 스뿌만떼의 경우 병내 기압이 3기압을 넘어 코르크가 버섯 모양을 하며 철사로 한 번 더 묶어주는 반면, 프리잔떼는 2.5기압 이하로 가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와인용 코르크가 쓰인다는 점이다. 거품이 많은 스뿌만떼는 주로 아페리티프로 사용된다. 반면 프리잔떼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에 모두 곁들일 수 있기에 이탈리아에서는 소비량이 많은 편이다. 탄산가스가 저 가격대 와인의 단점을 비교적 덜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모스까또 다스띠(Moscato d'Asti)가 유명하다. 이 와인은 아스띠 지방의 토착품종인 모스까또로 만들어지며, 가장 뛰어난 맛을 낼 때 발효를 중지시켜, 알코올 도수가 4.5%-5.5%로 낮고 포도의 당도와 신선함이 살아있다. 과일의 상큼함과 단맛, 작고 부드러운 기포 덕에 와인을 가볍게 즐기려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뿌만떼(Spumante, 발포성와인)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전통 방식(샹빠뉴 방식, Methode champenoise)를 이용해 양조한 것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샤르마(Charmat) 방식을 이용하고 주로 토착품종으로 양조한 것이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짙은 과일향의 스위트 와인인 모스까또 다스티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화이트와인 가비(Gavi)도 삐에몬떼 산이다. ‘이탈리아의 샤블리’라고도 불리며 신선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의 와인이다.
하나씩 개별 와인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오늘은 우선 이 피에몬테 지역의 지도를 공유한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처럼, 포도재배 지역을 구획으로 나누어서 관리한다. 예를 들어 '바롤로(Beolo)'하면, 와인 이름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포도재배 지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부에서 지정한 '바로로; 구역에서 재배된 포도만이 와인 라벨에 '바롤로'을 표기할 수 있다. 당연히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정한 요건을 잘 지켜야만 획득할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DOC(G), IGT, VdT로 나뉘고 작은 원 안에 들수록 끼디로운 규정을 통과한 외인이다. 이 지역은 DOC(G)가 전체 생산량 중 약 80%이다.
피에몬테 지역에서 랑게(Langhe) 지역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나오고 수준 높은 바르베라와 돌체토를 생산하는 곳이다. 언덕이 많으며 석회질의 땅이고 습하다. 천천히 포도를 익게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익어갈수록 복합적인 성질을 갖는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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