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어제 그저께 목요일은 2020년 햇와인이 나오는 <보졸레 누보 축제>날이었다. 매년 11월 셋 째주 목요일에 이루어진다. 프랑스 보졸레 지방은 레드와인 보졸레를 생산하며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또는 <보졸레 프리뫼르(Beaujolais Primeur)>의 출하와 동시에 축제가 시작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졸레 누보> 와인은 오래 보관하지 않고 빨리 마셔야 하는데, 숙성은 됐지만 발효가 완전히 되지 않은 술이어서 신선함이 생명이다. 그러나 맛은 거칠지만 새 술이라는 의미로 많이 소비된다. 이것은 <보졸레 누보>의 판매 전략의 성공 때문이기도 하다. 여름의 성숙기와 가을의 수확기를 거쳐 겨울 직전에 생산되는 그 해의 햇 포도주인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날 0시를 기해 전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다.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에서 보졸레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끝에 붙어있는 지역 이름이고, '누보(nouveau)는 영어로 'new'라는 뜻이다. 즉 <보졸레 누보>에서 누보는 '새로운'이란 말인데, 나는 <햇 보졸레 지역 와인>이라 말하고 싶다. 이 이름을 따, 한국에서는 <막걸리 누보>도 있다. 햇 쌀로 빚은 막걸리란 뜻이다. 보통의 와인은 아무리 빨리 출시가 되어도 다음해에 시장에 출시가 되지만, 햇 와인은 당해 년도에 수확한 포도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어 그 해에 출시하는 와인이다. 여러 와인산지에서 다양한 햇 와인들이 생산되지만 역시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 보졸레 지방의 햇 와인인 <보졸레 누보>이다.
<보졸레 누보>는 9월에 포도를 수확하여 4-6주가량 탄산침용 공법을 이용해 빠른 숙성을 시킨 후 매월 11월 셋 째주 목요일에 출시된다. 이 와인은 탄닌이 적고 바디가 가벼워서 오랫동안 두고 숙성 시킬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와인이 '김장 김치'라면, <보졸레 누보>는 와인의 '겉절이'인 셈이다. 김장 김치는 숙성될 수록 그 진가를 드러낸다. 그러나 겉절이는 겉절이대로 풋풋하고 신선한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수육에 길게 찢은 겉절이에 굴을 넣어 먹는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마음으로 다음 주 목요일인 11월 19일은 <보졸레 누보>를 마시는 날이다.
과학 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과학의 도움을 받아 살지만 정작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첨단에서 살아가는 이들일수록 직접적 감각 체험으로 부터 멀어진 채 살아간다. 몸을 사용하고, 몸의 감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햇 와인' <보졸레 누보 2020>을 아직 마셔보지 않은 분들은 다음 주에 한 번 즐겨 보시기 바란다.
오늘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와인 이야기를 마치고, 프랑스 꼬뜨 뒤 론 지방 와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르고뉴와 보졸레 지역 아래에 있는 이 지역은 프랑스 2대 도시인 리옹(Lyon)에서 아비뇽(Avignon)에 이르는 론(Rhône) 강을 따라 남북 방향으로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포도밭에 돌이 많아 밤이 되어도 기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으므로 포도에 당분이 많다. 그래서 론의 와인을 ‘태양의 와인’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향이 풍부하고 개성적이다. 게다가 포도밭의 돌들은 낮의 태양의 열을 간직하고 있다가 밤에 다시 내 뱉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은 알코올 함유량이 높은 편이다. 이 지역은 주로 레드와인이 생산되는데, 북부 론 지역에서는 시라(Syrah-영어권에서는 쉬라즈 Shiraz))를 단일 품종으로 사용하고, 남부 론 지역은 그르나쉬(Grenache)를 주품종으로 하여 10여 가지 이상의 품종으로 블랜딩한다. 화이트와인 품종으로는 비오니에(Viognier)가 대표적이다.
늘 말하지만, 내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괴로움을 견디는 게 훨씬 수월하였기 때문이다. 와인을 많이 마시면 몸이 괴롭다. 그러나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어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다 보니, 와인 맛의 10%는 와인을 빚은 사람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에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우리는 취한다. 그는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 허허 웃으면, 우리는 그 맑은 표정에 취한다. 날씨가 취워졌다. 다시 말하지만, 똑같은 일상에서 이벤트로 여기며, 올해의 햇 와인 <보졸레 누보 2020>을 마시면서 다음의 따뜻한 시를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제 오늘의 와인을 읽는다.

(1) 와인 병 목에 쓰인 2017: 빈티지가 2017년이라는 말이다. 와인 마시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와인 빈티지에 2 내지 8울 보탠 해에 마시는 것이 좋다. 4-5만원 하는 와인은 3년 후, 그 이상하는 와인은 8년 후에 마셔야 와인이 실력 발휘를 한다. 그러니까 이 와인은 8년을 두었다가 2025년쯤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좀 일찍 마시려면 디캔팅을 해야 한다.
(2) 빨간 이미지는 이 기갈(E. GUIGAL)이라는 네고시앙의 표시이다.
(3) SAINT-JOSEPH(생-조셉): 와인 이름이다. 동시에 프랑스 꼬뜨 뒤 론 북부 지역의 와인 산지 이름이기도 하다. AOC 지역이다. 한국 말로 하면 성 요셉이다.
(4) Appellation Saint-Joseph Controlee: AOV, 즉 1등급 와인이란 말이다.
(5) E. GUIGAL(이 기갈): 와인을 양조하고 숙성시켜 판매 유통까지 책임지는 와인 네고시앙이라는 말이다. 꼬뜨 뒤 론 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네고시앙이다. 포도는 쌩-조셉 지역에서 가져왔고, 양조와 판매 유통은 이 기갈이 한다는 말이다.
(6) 잘 안 보이는 병 밑의 표기는 병입을 이 기갈 네고시앙이 했다는 말이다.
(7) 라벨의 이미지는 CHATEAU D'AMPUIS(샤또 당 쀠이)이다.
병 뒷면에는 이 기갈의 창시자를 이어 받아 양조를 하고 있는 두 아들을 포함하여 세 명의 친필 사인이 되어 있고, 샤또 당 쀠이의 명구(銘句)가 "Null bien sans pein"라는 설명이 되어 있다. 이 말은 "고생 없이 낙은 없다"는 프랑스 속담이다. 발음은 '뉠 비엥 상 뻰느'이다. 영어로 발하면, "No gains without pains"이다.
프랑스 꼬뚜 뒤 론 지방은 보르도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지방의 와인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흔히 크게 북부 론 지역과 남부 론 지역으로 나뉜다. 이 지역은 기후와 토양 등의 환경 조건이 남부와 북부가 서로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부 론 지역에는 경사가 심한 비탈과 구릉지에 포도밭이 이루어져 있고, 기후는 준 대륙성 기후이며 토양은 화강암 질이 주성분이다. 반면, 남쪽 론 지역에는 완만한 경사지역에 포도산지가 발달하였으며, 기후는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토양은 충적토에 백악질로 이루어져 있다.
론 지역의 와인은 이러한 두 지역의 상이한 기후, 토양, 양조법 등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특색이 있는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론 지역의 와인은 레드가 주류를 이루면서 무려 94%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6%는 각기 동등하게 화이트와 로제와인이다. 남부 론 지역의 아비뇽 근처에 있는 따벨(Tavel)에서 나오는 로제 와인은 프랑스 내에서 가장 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프랑스 사람들은 로제 와인을 이야기할 때 곧장 따벨의 로제들을 이야기 한다,
론 북부 지역 와인들의 특징은 선명한 색상과 기분 좋은 탄닌을 깔고 있으며 깊으면서도 유순한 맛을 보인다. 레드 와인용으로는 시라(Syrah), 화이트와인용으로는 비오니에(Viognier) 등을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론 전체의 15% 정도지만, 양질의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론 강의 가파른 경사면에 포도밭이 주로 조성된 북부지역의 유명한 와인 산지는 다음과 같다. 지도를 보며 확인하시기 바란다.
- 꼬뜨 로띠(Côte Rôtie):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이다. 이곳에서는 섬세하면서도 두터운 맛의 레드와인이 나온다. 그리고 시라 품종을 주품종으로 만드는 레드와인에 청포도인 비오니에(Vionier)를 약간 섞는 것이 특징이다.
- 꽁드리외(Condrieu): 비오니에가 지닌 맛을 살린 꽃향기로 가득한 론 최고의 화이트와인을 생산한다.
- 샤또 그리에(Château Grillet): 아주 작은 밭인 이곳에서는 개성 있는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생산량
이 적어 귀하게 다뤄지고 있다.
- 쌩 조세프(Saint-Josephe): 오늘 소개하는 와인 지역이고,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다.
- 크로즈 에르미따쥐(Crozes Hermitage)
- 에르미따쥐(Hermitage): 에르미따쥐는 오랜 기간 숙성시켜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최고급 와인으로 매우 유명하다. 소량, 고가, 고품질의 이 와인들은 떫은맛이 특징이다. 이 포도밭은 한 십자군 기사가 험난한 경사면에 암자를 지어 포도를 재배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탄닌 맛이 강한 레드와인과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와인을 생산한다.
- 꼬르나스(Cornas): 시라 품종으로 진하고 텁텁한 레드와인을 만든다.
- 쎙-뻬레(Saint-Péray)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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