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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 이야기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니, 지난 주에 이어 게속 부르고뉴 와인 이야기를 한다. 와인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부르고뉴 와인이다. 이 지역의 레드 와인에 사용하되는 포도 품종 삐노 누아르는 재배하기도, 그 품종으로 만들어 진 와인을 마시기도 아주 어렵다.

와인의 가치 중의 하나가 와인의 맛과 향의 다양성이다. ‘같은 맛의 와인은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와인에는 각각의 개성이 있다. 이러한 와인의 개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이다. 포도품종(Cépage, Varietal), 떼루아(terroir), 양조기술(Oenologie), 빈티지(Vintage, 포도의 수확연도)이다. 와인을 마시면서 이 네 가지 요소를 의식하면서 맛을 비교하다 보면 와인의 개성과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의 개성을 알게 되면 될수록 와인을 즐기는 기쁨은 더 커진다. 그 기쁨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동시에 감각의 지평을 확장 시켜준다.

이(異)문화 컨설턴트 박준형은 와인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나는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첫 째,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과정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술에 취함’을 향해 돌진하며 술에 취한 결과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신 다음 마신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취한 결과가 있어야 만족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와인에 친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 째, “무엇을 마시는가 보다 술 마시는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술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고,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 음주문화로부터 식사를 즐기기 위한 술’로 인식을 바꾸어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셋 째, “자기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와인의 구입과 선택의 어려움 때문에 와인을 기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인은 공부를 많이 하여야 잘 즐길 수 있고 또한 기다릴 줄 알아야 와인을 제대로 마실 수 있다. 와인은 훌쩍 마셔버리면 그만인 소주와는 달리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와인은 사오자 마자 마시기보다는 잘 보관해 두었다가 마셔야 한다. 와인은 소주와는 달리 일단 병을 따면 다 마셔야 한다는 이런 점들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자만이 와인을 잘 마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원 샷'과 ‘폭탄주'’가 술자리의 화끈함으로 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는 와인은 어쩐지 어색하지만, 이제는 폭력에 가까운 술자리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요즈음 분위기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이 와인 병을 읽으면,


- 우선 214년 빈티지이다. 2014년에 포도를 따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 와인 이름 알록스-꼬르똥(Aloxe-Corton)이다. 이 이름은 포도가 나온 동네 이름이며, 와인 이름이기도 한다. 프랑스>부르고뉴>꼬뜨 도르>꼬뜨 뒤 본>알록스-꼬르똥으로 이어지는 부르고뉴 와인 산지를 알아야 읽는다.

- 등급 1등급(1er cru)라는 말이다. 이 지역에 1등급이란 라벨에 포도 산지 뿐만 아니라 자신의 포도밭 이름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와인의 밭 이름은 "Les fournieres"이다. "여성 빵가마 소유주들"이란 말이다.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 체계는 보르도와는 다르다. 4개의 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아래 단계는 광범위한 지역 명(Région), 즉 부르고뉴(Bourgogne)를 쓴다. 예를 들면, ‘부르고뉴 명칭 통제(Appelllation Bourgogne Contrôlée)라고 라벨에 표기된다. 그 위의 등급은 부르고뉴 지역에 있는 마을 이름(Commune, Village)을 쓴다. 예를 들면 ‘본 로마네 명칭 통제(Appellation Vosne-Romanée)’라고 라벨에 표기된다. 그리고 1등급과 특 등급에는 그  와인이 생산되는 포도밭을 표시해주는데, 1등급(Premier Cru)에는 그 와인 생산된 마을 이름과 포도밭 이름을 같이 표기한다. 특등급(Grand Cru)에는 그 마을 중 가장 좋은 특정 포도밭 이름을 원산지 명으로 사용한다. 포도밭의 질이 와인의 질을 좌우하는 부르고뉴만의 품질 등급 부여 방법이다.

- 정부가 공식적으로 허락한 등급 표시는 그 담에 적인 작은 글씨이다.  APPELLATION ALOXE-CORTON 1er CRU CONTROLEE이다. AOC(1등급) 와인이라는 말이다.

= 그 다음은 와인을 만든 양조장 이름이다. DOMAINE  ANTONIN GUYON이다. 부르고뉴에서는 포도밭을 소유하고 재배, 양조, 병입까지 모두 행하며, 출하까지 일관된 생산 활동을 하는 곳을 도멘(Domaine)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도멘이라도 자금 조달 등의 이유로 일부 와인은 병입하지 않은 상태로 네고시앙에 넘기는 일이 있다. 보르도 지방의 샤또(Château)와 비슷한 용어이다.

- 그 다음은 양조장 주소이다.

- 끝으로 이 와인을 병입한 주체가 나온다. 그런데 부르고뉴 지방은  하나의 포도밭에 복수의 도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라벨에 ‘미 장 부떼이유 오 도멘(Mise en Bouteille au Domaine)’ 혹은 ‘미 조 도멘느(Mis au Domaine)’로 표시되어 있으면 도멘이 만든 와인이다. 토양이 지닌 맛을 살린 와인이다.

그리고 부르고뉴 지방에는 포도의 재배와 양조는 하면서도 병입 설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생산자도 많다. 재배와 양조만 하여 오크통 상태로 넘긴다. 그래서 생산자와 네고시앙과의 거래를 중개하는 꾸르띠에(Courtier, 중개인)가 있다. 그리고 네고시앙(négociant)이라 불리는 와인 전문상인들은 오크 통째 사서 같은 밭의 다른 와인과 혼합해서 병입시키고, 일정 기간 숙성 시킨 뒤에 출하한다. 라벨에 네고시앙 엘르뵈르(négociant-éleveur)의 표시가 있으면 네고시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혼합 기술의 차이가 맛에 반영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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