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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우리들의 삶, 즉 인생과 비교한다.

보통 와인을 많이 마시거나 매일 마시면 몸이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그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기 때문에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와인 맛의 10%는 와인을 빚은 사람의 몫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이라도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우리는 취한다. 앞 사람은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는, 허허 웃는다. 그러면 나는 그 앞 사람의 맑은 표정에 취한다. 그래 나는 나를 '와인 팔고, 늘 마시는 인문 운동하는 작가'이고 싶다.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이야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우리들의 삶, 즉 인생과 비교한다. 첫째, 와인은 살아 있는 생물로 하나의 생명체이다. 와인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또 병 속에서 숨을 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다 마신 와인 한 병을 ‘시체 하나(un cadavr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제 두 개의 시체가 나왔어"라고 하면, 와인 두 병을 마셨다는 말이다. 둘째, 와인에도 인생의 역경이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이 마치 인생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와인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실제로 와인은 절정의 순간을 위하여 숙성을 통해 감질나게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와인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인내하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 닮았다.

이런 식으로 식탁에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즐긴다면, 음식의 맛이 훨씬 더 좋고, 멋진 사교가 된다. 그러나 와인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와인은 너무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나는 와인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본다.
- 와인은 살아 숨 쉬는 음료로 전혀 물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과일 음료이다.
- 와인은 다양한 향과 맛의 음료이다.
- 와인은 건강한 음료, 포도 알은 무균의 순수한 물탱크이다.
- 와인은 아름다운 생명의 술이다.

그런 와인 중에서도 가을에 마시기 좋은 와인은 삐노 누아르(pinot noir)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프랑스어는 'p'가 'ㅃ'으로 소리 난다. 그래 정확한 프랑스어로 발음하면, '피노'가 아니라, '삐노'이다. 프랑스어로 누아르(noir)는 형용사로 '검은'이란 뜻이다. 아마 '필름 누아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 품종을 '귀족적인 맛을 내는 고고하고 기품 있는 선비'로 비유한다.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보다는 부드럽고, 메를로(merlot) 품종보다는 탄닌 맛이 강한 삐노 누아르는 선비처럼 고고하고, 귀족적이다. ‘레드 와인의 여왕'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너를 만나고 싶다/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 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 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성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삐노 누아르 포도는 재배하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그러나 이 품종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에서 잘 자란다. 프랑스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 100% 삐노 누아르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매우 비싼 와인으로 팔린다. 영어권 사람들은 '부르고뉴'라는 단어를 발음하기 힘들어, '버건디(Burgundy)'라 한다. 버건디 칼러(색)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거다. 우리는 흔히 이를 '대추색'이라 부른다.

부르고뉴 지방의 레드 와인은 삐노 누아르 단일품종으로 만들어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맛일 수 있다. 그러나 와인 애호가가 되면, 결국 삐노 누아르의 부르고뉴 와인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로마네 꽁띠>는 이 포도품종으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이나 칠레 등 신세계에서도 재배하고 있지만, 조생종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라서 아직은 고급와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부르고뉴의 토질과 기후 속에서 삐노 누아르는 최적의 환경을 느낀다. 아직까지도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을 벗어나서는 그만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선선한 기후를 선호하며, 수확량을 잘 조절해 주어야 향과 질이 농축되어 세련되고 복합적인 향과 맛을 겸비한 최고의 부르고뉴 와인이 된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의 오리건(Oregon) 주, 워싱턴(Washington)주 지역이 이 포도품종의 명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지역이 위도 상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고, 기후나 토양도 부르고뉴 지방과 너무 흡사하다고 한다. 남반구에서는 뉴질랜드가 이 와인을 잘 만들고 있다. 물론 호주나 칠레에서 삐노 누아르 품종 와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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