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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색 평가하는 방법

박한표 2023. 6. 12. 08:52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토요일, 와인을 이야기 하는 날이다. 동시에 <우리마을대학>이 오랜 준비 끝에 "신성 우리마을 토요학교"를 개강했다. 오후에 내가 두 번째로 '와인 문화와 소믈리에' 강의를 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와인은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와인은 급격하게 취하게 하지 않으므로 대화용으로 적당하다. 그러므로 결과 중심의 음주문화를 없애고 과정 중심의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식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결과 중심적’으로 ‘빨리, 빨리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라는 식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들의 식사 문화를 ‘과정 중심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이 번주는 저녁에 와인을 마실 일이 많았다. 좋은 거다. 그러나 머리가 무겁다. 해야 할 일들은 계속 밀려온다. 새로운 제안들도 넘쳐난다. 그래 와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정용철 시인의 다음 시를 차분하게 필사 한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정용철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이
내 마음도 날마다 깨끗하게 씻어
진실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 좋겠습니다.

집을 나설 때 머리를 빗고 옷 매무새를 살피듯이
사람 앞에 설 때마다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추스려
단정한 마음가짐이 되면 좋겠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를 하듯이
내 마음도 아프면 누군가에게 그대로 내보이고
빨리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듯이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그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에 깊이 간직하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위험한 곳에 가면 몸을 낮추고 더욱 조심하듯이
어려움이 닥치면 더욱 겸손해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내 마음도 순결과 순수함을 만나면
절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듯이
내 마음의 방에 어둠이 찾아 들면
얼른 불을 밝히고 가까운 곳의 희망부터
하나하나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즐거운 순간은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수동적으로 내게 즐거운 순간이 찾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와인 마시기이다. 그냥 벌컥벌컥 소주 마시듯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와인의 맛과 감각을 즐기는 것이다. 오감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인문적 삶은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며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만남이다. 그것도 '비스듬히'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선적인 만남이 아니라, 곡선적인 만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와인이다. 그래 나는 술을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 하고는 자주 안 만날 생각이다. 나의 경우 와인 마시기는 '직선이 곡선 되게 하는 일'이다. 인문적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기 때문이다. 우대식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어제 함께 했던 동네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사진:구글에서 캡처

오늘은 개별 와인을 읽는 대신에, 와인을 평가하는 방법 중 와인의 색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와인을 잘 평가하려면 관능검사 훈련을 많이 하여야 한다. 관능검사란 와인의 색깔, 향, 맛을 보다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래 전부터 활용되어 왔다. 품질이 좋은 와인은 철저한 관능검사에 의해 품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회사의 와인들이다. 와인의 경우 색깔은 색상, 광택, 투명도 등을 평가하고, 향은 휘발성 향 물질을 평가하고, 맛은 혀에 의해 각각 감지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제일 먼저 와인의 빛깔과 투명도, 점도 등 와인의 외관을 눈으로 살핀다. 이러한 시각적 관찰은 와인의 특성과 숙성 정도, 와인의 원산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게 해준다. 그러면 와인의 외관, 즉 색깔을 평가하는 훈련 방법을 나열해 본다.
① 와인의 색상 자체를 자세히 관찰한다.
② 와인의 색의 밝기, 투명도, 선명도, 강도, 부유물 및 침전물의 정도 등 여러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노력한다.
③ 잔에 담긴 와인의 가장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 색상이 변했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잔을 약간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 좋다.
④ 평소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되면, 와인의 색깔을 잘 구별할 수 있고, 게다가 보석과 비유하여 와인의 색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와인의 색깔을 프랑스어로 ‘로브(robe)’라 부른다. 로브는 우리가 입는 옷, 즉 드레스란 뜻이다. 와인이 옷을 입어 색깔이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색깔은 포도품종, 포도의 수확시기, 산지, 기상조건, 제조방법, 숙성기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도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병 속에서도 숙성을 거치면서 미묘하게 색깔이 변한다. 물론 와인의 보관 상태에 따라서도 와인의 색은 변한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색을 평가하는 부분은 색의 투명도와 색깔로 나뉜다. 다시 색깔은 색의 선명함과 색의 농도로 세분한다. 색의 투명도는 와인을 탁하게 하는 미세한 부유물질이 없이 맑고 윤이 나는 상태를 보는 것이다. 잔을 불빛(흔히 촛불)과 눈 사이에 놓고 빛의 투과 상태를 살펴 판단한다. 색의 선명함은 색깔의 균일성과 생동감이 도는 스펙트럼을 살피는 것이다. 잔을 기울인 상태에서 백지나 흰색 냅킨 등을 대고 불빛에 비쳐 관찰한다. 끝으로 색의 농도는 색깔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붉은 색이라도 짙고 옅은 차이가 있다.

와인은 색깔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즉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으로 분류된다. 레드와인은 시간이 흐르면 색깔이 엷어진다. 다시 말하면 색깔을 잃는다. 반면 화이트와인은 색깔을 얻어 진해진다.
- 레드와인의 색은 초기에 짙은 자주색을 띠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엷어지며 루비 색, 붉은색, 붉은 벽돌색, 적갈색, 갈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산화과정이다. 와인이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점차 색깔이 변하는 현상이다. 사과를 잘라놓은 후 먹지 않고 내버려두면 과육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과 같은 이치이다.
- 화이트와인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물처럼 색깔을 느낄 수 없는 투명한 것에서부터 엷은 노란색, 연초록빛을 띤 노란색, 볏짚 색, 짙은 노란색, 황금색, 호박색, 갈색 등으로 변한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색깔이 엷다는 것은 병입한 지 얼마 안 된 영(young)한 와인이다. 이런 와인은 그만큼 가볍고 상쾌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프랑스 보르도의 쏘떼른느 지역 귀부와인으로 스위트한 화이트와인과 독일의 아이스바인과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급 화이트와인, 캐나다와 호주의 아이스 와인 등은 처음부터 그 색깔이 짙은 노란색 또는 황금색을 띤다. 로제와인은 엷은 핑크색에서부터 연어살색, 분홍빛의 장미색 등을 띈다. 화이트와인이든 로제와인이든 갈색이 느껴지면 맛이 이미 절정기를 지났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와인의 색을 보고, 우리는 그 와인의 산지를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다. 와인의 색은 포도껍질과의 접촉에 의해 생기는데, 껍질이 두꺼울수록, 또 기후가 따뜻한 곳일수록 그 색상이 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고 신세계 와인(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공 등)들은 무덥고 햇빛이 풍부한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와인의 색깔이 서늘한 곳에서 생산된 와인의 그것보다 진한 편이다. 화이트와인의 경우에 북반구 지역 와인들은 약간의 녹색 빛을 띤 연한 노란색이다. 화이트와인의 색이 깊고 그윽한 진한 노란빛의 색조를 보인다면 따뜻한 기후에서 생산된 것이다. 또한 오크통 숙성을 거치면 일반적으로 색깔이 짙어지며, 산도가 낮은 와인은 더 빨리 색깔이 변한다.

와인의 색을 감상할 때, 투명한 와인 글라스에 1/4 정도로 와인을 따른 후 가급적 하얀 바탕 위에 약 45도 정도 기울여서 잔을 들여다보면 와인의 색깔이 스펙트럼처럼 퍼지는 것을 우리는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운데가 짙은 농도를 보여주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엷어지는 이 스펙트럼이 많을수록 잘 숙성된 와인이다. 이런 와인들은 더 복합적인 향과 맛을 낸다. 와인이 스펙트럼 없이 색상이 단조롭다면 젊은(young) 와인이다.

그 다음에는 글라스를 가볍게 스월링(swirling, 와인 잔을 돌려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을 말함)시켜 글라스 내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방울의 흔적을 관찰하는데, 이 흔적을 보통 와인의 눈물(tears) 혹은 다리(legs)의 현상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눈물이 유연하고 느리게 흘러내리면 품질이 좋은 와인이라는 평이 있다. 이와 달리 금방 흘러내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눈물은 와인의 힘(power)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거나 글리세롤, 당의 함유량에 의한 결과이다. 바로 와인의 점성(viscosity)탓이다. 와인이 지니고 있는 점성이 진할수록 느리게, 유연하게 흘러내린다. 물론 이 점성이 반드시 와인의 품질과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기호 면에서 이 현상을 즐기고 선호하는 와인 매니아가 많다는 점에서 좋은 와인의 한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당도를 높이기 위해 늦게 수확된 와인이거나 이런 성분들이 풍부한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보다 더 두드러진 눈물을 형성하고 잔에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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