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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트 와인 이야기

박한표 2021. 10. 24. 13:58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2021년 10월 23일)

오늘은 첫서리가 내란다는 상강(霜降)이다.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있는 24절기 가운데 18 번째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이다. 이때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반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지게 되는 절기이다.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히게 되는 시기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얼음이 얼거나 눈이 오는 경우도 있으며 산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 때쯤이면 추수가 거의 끄탄고 동물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 준비를 하기도 한다.

나는 아침에 몇몇 칼럼 읽는 호사를 누린다. 지난 한 주동안에 재미있게 읽은 글이 서울대 중문과 김월회 교수의 글이다. 제목은 "영혼에 암이 걸린 사람들이 많다"이었다. 2022년 대선판에 일부 후보들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 보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영혼이 없다”는 말을 종종 접하곤 한다. 주로 “진정성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인간답지 못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짐승 같은 종자” 유의 말을 점잖게 에둘렀다고나 할까, 암튼 자못 신랄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짐승 같은 짓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이 늘 옳다는 자기기만에 빠진 ‘인간 말종’이라 하여 영혼이 진짜 없을 리는 만무하다. “영혼이 없다”는 표현도 영혼이 있는 존재에게나 ‘뼈 때리는’ 지적이지, 애초부터 영혼이 없는 존재에겐 그야말로 손톱만큼도 타격 없는 밍밍한 말에 불과하다. 좀비에게 영혼 없다며 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결국 영혼이 없다는 소리는 “네 영혼은 어디다 처박아 두고 이런 못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느냐”는 엄한 질책이다. 특히 힘 있고 돈 있으며 지식 많은 이들, 소위 ‘사회적으로 잘났지만 실제론 못난 이’들에게는 지독한 저격과 다름없다. 바로 영혼이 있기에 그렇게 잘날 수 있었음에도 영혼을 나 몰라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영혼이 없다는 저격에 끄덕도 않는다. 도리어 영혼은 가져다가 어디에 쓸 거냐며 되묻는다. 영혼 그 따위는 루저에게나 먹히는 소리라며 되레 면박을 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회적 못난이의 영혼은 마치 없는 것처럼 아무 역할도 못하게 됐을까. 영혼도 다른 신체 기관들처럼 병이 드는 걸까. 병이 깊어지면 기능이 멈추어 마비되기도 하고 더 큰 병을 야기하기도 하는 걸까. 사람 형상을 하고 영혼 없는 채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것을 좀비라고 부른다. 사뭇 추악하고 탐욕스럽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못난이가 좀비는 아니다. 단지 영혼이 기능을 무척, 때로는 전혀 못하여 마치 전신마비가 된 것같이 기능이 멈춰버렸을 따름이다.

영혼이 암에 걸렸음이다. 암이 무서운 것은 전이 때문인데, 영혼암도 마찬가지다. 영혼에서 정신으로, 또 마음으로 전이되어 급기야 맹자가 말한 도덕심같이, 인간과 금수를 구분해주는 근거들이 소멸된다. 영혼암 환자, 그러니까 사회적 못난이는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실제로는 육신의 감각과 욕구만이 남는다. 그렇게 그들은 금수와 구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우리는 몸에 암이 걸릴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영혼암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영혼암이라는 말이 내 뼈를 때린다. 그래 오늘 오후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동네 분들과 가을 나들이를 하고 왔다. 우리 동네는 국화전시회를 한다.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해, 함께 산책을 나갔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소환한다.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난 주에 이어 포르투갈 와인 이야기를 한다. 포르투갈에는 식사가 끝난 후 치즈나 케이크를 곁들여 마시는 디저트와인으로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포트(Port)가 있다. 포트는 셰리(Sherry)와 함께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다. 포트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 다음으로 큰 항구 도시인 오포루트(Oporto)에서 유래 됐다. 포트의 원산지는 포르투갈의 중북부에 위치한 도우루(Douro)지역이다.


포트는 대부분 레드 와인으로 제조하는데 일부는 화이트와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와인에 쓰는 포도품종은 또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등이다. 포트는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알코올 함량이 75%정도인 브랜디를 첨가해 만든다. 와인에 첨가하는 브랜디는 1/5의 볼륨이 된다(440L의 와인에 11L의 브랜디가 첨가된다). 발효가 끝난 후에 브랜디를 첨가하는 셰리와 대조적이다. 그러므로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드라이한 맛의 셰리는 식전주로, 스위트한 맛의 포트는 식후주로 주로 마신다.

식후에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는 포트는 포만감을 없애 주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달콤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와인의 부드러운 풍미와 브랜디의 강한 맛과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일품인 식후주이다. 통상 알코올 도수는 18°∼20°에 이른다.

포트는 전통적으로 라가레스(Lagares)로 불리는 화강암으로 만든 낮은 통에 사람이 들어가 발로 포도를 으깨는 방법을 쓰고 있다. 색소나 탄닌 등 주요 성분의 파괴를 막기 위한 배려이다. 지금은 물론 현대화된 시설에서 대부분의 포트가 제조되나 최상품의 포트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포트의 경우 발효 중 브랜디가 첨가되는데, 이때 효모가 죽으면서 포도즙의 발효가 멈춘다. 발효가 덜 끝난 상태에서 중단되기 때문에 당분이 남는다. 포트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포트는 일반 와인보다 발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색소와 탄닌 등 포도껍질과 씨에 함유되어 있는 각종 성분을 빨리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트는 양조방법은 동일하지만 원료가 되는 포도와 숙성을 어디에서(나무통 또는 병속)시키느냐와 숙성기간 등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분류된다. 이는 라벨에 표기되기 때문에 각 스타일별로 특성을 알아두면 다양한 포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포트와인의 명가는 Taylor's 사이다.


① 루비(Ruby) 포트: 가장 가격이 싸고 대중적인 포트로 2~3년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병입해 출고된다. 짙은 루비 색을 띄며 신선한 맛이 특징이다.


② 타우니 또는 토니(Tawny) 포트: 루비보다는 품질이 좋은 포도를 원료로 제조되며 오크통에서 4~5년간 숙성시킨 뒤 병입해 출고된다. 호박색 또는 엷은 갈색을 띤다. 타우니라는 말이 황갈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포트와인의 색을 가리킨다. 루비와 타우니 스타일의 포트는 병입 후 바로 마셔야 좋다. 섭씨 7°C 정도로 약간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③ 에이지드 타우니(Aged Tawny) 또는 올드 타우니(Old Tawny): 오크통에서 6년 이상 저장한 것으로 라벨에 10, 20 등 숙성기간과 병입 날짜가 표기된다. 비교적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아 여름철 와인으로 제격이다.

④ 빈티지 포트(Vintage Port): 병 속에서 오래 숙성시켜 특유의 복합적인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고급 포트로 빈티지 포트는 기상조건 등이 좋았던 해에 수확한 포도만으로 만들기 때문에 라벨에 해당 연도(빈티지)가 표기된 것이다. 보통 2~3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병입하고 이후 15년, 20년, 30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을 병 속에서 숙성시킨 후 출고한다. 침전물이 많이 형성되기 때문에 마실 때는 이를 조심스럽게 분리하는 디캔팅(decanting)과정을 거친다.

⑤ lBV(늦 병입된 빈티지 포트 late Bottled Vintage Port):  4년~6년 오크통에서 숙성 후 병입한다. 오크통 숙성은 빈티지 포트보다 길지만 사용되는 포도의 질은 빈티지 포트 쪽이 좋다. 비교적 적당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⑥ 화이트 포트(White port): 청포도를 원료로 한 것으로 4년~5년 간 숙성시키기 때문에 황금색이 된다. 스위트한 맛과 드라이한 맛이 있으며 차게 해서 식전주(아페리티프)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Tip: 와인에 사용되는 포르투갈어
• Vinho(비뉴): 와인
• 비냐(Vinha): 포도밭
• Tinto(띤또): 붉은
• Branco(브랑꾸): 흰색
• Rosado(호사도): 로제
• Casta(까스따): 포도품종
• Colheita(꼴레이따): 빈티지
• Doce(도스): 단 맛의
• Seco(세꼬): 드라이
• Adega(아데가): 와인 저장고 또는 제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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