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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스페인 와인

박한표 2021. 10. 18. 12:56

1782.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2021년 10월 16일)


한 주간 얼마나 바빴는지, <인문 일기>가 밀렸다. 그래 토요일마다 쓰는 와인 이야기를 일요일 아침에 쓴다. 지난 한 주 동안 배운 것은 인내의 힘이었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 카톡에서 좋은 사자성어를 배웠다. '타면자건 (唾面自乾)'이라는 말이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인내가 필요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의 관리 누사덕은 마음이 넓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성품이 따뜻하고 너그러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생겨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동생이 높은 관직에 임용되자 동생을 불렀다.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 남의 시샘이 클 터인데 너는 어찌 처신할 셈이냐” 고 물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닦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에 형이 나지막이 타일렀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를 것이야.” 화가 나서 침을 뱉았는데, 그 자리에서 닦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니, 닦지말고 그대로 두라는 당부였다. ‘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다.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오바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사이버 침'이란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배울 지혜이다.

오바마의 놀라운 포용 정치가 다시 빛을 발했던 적이 있다. 오마바가 재임 시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흑인 목사 장례식에 참석했다. “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추모사를 읽던 오바마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도 없었다.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명의 참석자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어떤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손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이 신의 은총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忍은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https://youtu.be/8_OiBGRY2EA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 오바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인생사가 다 그렇다.  세상을 나의 눈으로만 보지 않고, 때로는 남의 눈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한 주는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이 글을 카톡에서 읽고, 반성하는 마음에서 리-라이팅했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것/손병흥

주고 또 줘서 잃는 것 많을지라도
왠지 안타까워 애써 양보하고 싶은 마음
더 잘난 사람 비교는 커녕 매달려만 지는 것
비록 꿈꿔왔던 이상형 다를지라도
그냥 환상적 착각에 빠져 드는 것
끊임없이 주변 맴돌면서도
시침 뚝 떼고서 무표정 짓는 것
가끔씩 기다림에 지칠지라도
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사랑하는 순간임을 알게 해주는 것
누군가에게 큰 관심 갖게 해주던
새삼스레 믿음 주려고 노력하는 것
그 바람 같은 마음마저 머물도록
언약 가진 자의 축복인냥
내가 믿어 줄 단 한 사람
때론 빗줄기에 흠뻑 젖어
삶의 고비고비마다 우수에 잠겨버려
크게 부족하고 많이 어긋날지라도
뭐 어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
슬픔 외로움 허전함 달래주던 포근함
마음 아파 괴롭고 미울지라도
되려 겸손과 감사함으로
더욱 더 성장케 해주던 영혼
닫힌 마음 활짝 열고서
늘 가득 채우게 해주던 그리움
조금 외롭더라도 간절히 원하는 그 마음
화해 손 먼저 내밀게 해주던 성숙된 사랑.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지난 주까지 우리는 스페인 와인 여행을 했다. 이젠 포르투갈로 넘어간다. 포르투갈 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단맛의 주정강화와인 포트를 떠올리지만, 포르투갈은 로마시대부터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는 나라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와인의 원산지 관리법을 제정해 일찍부터 품질을 관리해 왔다.


포트와인은 1756년부터, 일반 와인은 1907년~1908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이유로 194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가볍고 산뜻한 맛의 <마테우스 로제(Mateus Rosé)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으로서 그 명성이 높다. 그러니까 포르투갈 와인의 수출량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와인이다. 그 중에서도 소그라페(Sogrape) 사의 마테우스 로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로제 와인이다. 약발포성와인으로 상쾌한 맛이 있어 인기가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있는 이 로제와인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생산지가 여러 곳이기 때문에 고급 와인의 범주에는 들지 못한다.


포르투갈 와인의 등급은 다음과 같다.
① DOC(Denomiaçâo de Origen Controlada): 프랑스의 AOC에 해당되는 최상급 와인이다. 옛날부터 와인 특산지로 지정되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포르토(Porto), 도우로(Douro), 마데이라(Madeira), 카르카벨루스(Carcavelos), 세투발(Setùbal), 다웅(Dão), 바이라다(Bairrada) 등 24개 지역이 와인의 라벨에 표기할 수 있다.
② IPR(Indicaçâo de Proveniencia Regulamentada): 최근에 와인 특산지로 지정된 31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인 우수와인 등급이다. 프랑스의 VDQS에 해당한다.
③ 비뉴 레지오날(Vinho Regional): 프랑스의 벵 드 뻬이(Vin de Pays)급에 해당하는 지방명칭 와인으로 DOC지역도 IPR지역도 아닌 지방에서 품종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된 와인이다. 테이블 와인 중에서도 산지명의 표시가 인정되고 있는 와인이다.
④ 비뉴 드 메자(Vinho de Mesa): 프랑스의 벵 드 따블(Vins de Table)에 해당하는 일반 대중적인 와인이다. 원산지 명을 표시할 수 없는 테이블 와인이다. 생산량에서는 가장 많다.

유럽연합(EU) 공통 규정에는 법에 명기된 특산지에서 지정된 품종, 포도재배법, 양조법 등을 준수하여 생산한 와인에 VQPRD라고 라벨에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DOC 지역와인 생산업자들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특산지로 지정되었다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VQPRD 대신 DOC로 표기하기를 고집한다. 반면 IPR이라는 표기보다는 VQPRD를 상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국이 까베르네 쏘비뇽, 샤르도네 등 프랑스산의 포도품종 재배에 주력하고 있는 것에 비해 포르투갈은 지금도 거의가 포르투갈 고유의 포도품종을 고집하고 있다. 포르투갈 와인은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는 적고 거의 대부분이 혼합 품종을 포함해 여러 종류를 섞어 사용한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만의 독자적인 품종이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포르투갈의 포도품종은 다음과 같다. 또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띤따 까웅(Tinta Căo), 띤따 로리즈(Tinta Roritz), 띤따 바로까(Tinta Barroca), 또우리가 후란세사(Touriga Francesa), 띤따 아마렐라(Tinta Amarela) 등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포르투갈 와인은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지명도가 높은 산지는 북쪽의 도우로(Douro)강 유역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의 깊은 계곡에는 편암으로 이루어진 구릉지가 이어지는데, 이곳 일대에서 포트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포트와인이 주로 도우로 강 상류의 알토 도우로 지역에서 재배된 적 포도와 청포도로 만들어진다. 발효 도중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다. 출하되는 항구의 이름이 포르토라서 포트와인(또는 포르토 와인)이라 부르게 되었다. 와인 산지의 단순한 지도를 더 공유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에서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비뉴 베르데(Vinho Verde)>가 있다. 이것을 영어로 말하면, <그린 와인(Green Wine)>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 색깔이 녹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 못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베르데(Verde)의 의미가 ‘어린(young)’이다. 구에데스(Guedes)사의 마테우스(Matheus)가 유명 브랜드이다. 조금 덜 익은 상태에서 숙성이 시작되어 약간의 신맛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포도나무는 덩굴이 나무나 높은 지주를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가지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포도 알이 너무 많이 달려 잘 익지 않고 산도가 높기 때문에 <그린와인>이라고 부른다. 그린와인에는 레드와 화이트가 있는데, 알코올 함유량이 낮고(9%~11.5%) 가볍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에 차게 해서 많이 마신다.


전설적인 디저트 와인인 포트와 함께 마데이라(Madeira)는 아페리티프 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포르투갈 와인이다. 마데이라는 대서양에 있는 섬이다, 화산으로 이루어진 이 섬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아열대성 기후에 가깝다. 마데이라는 드라이한 와인을 만든 후 탱크에서 섭씨 50°C~60°C의 온도로 3~4개월 동안 가열한다. 이 때 와인은 누른 냄새가 나고 마데이라 고유의 특성을 얻게 된다.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이 후 당밀로 만든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함유량을 18-20%로 높이고 오크통에서 3년 동안 숙성시킨다. 마데이라는 당분의 함유량에 따라 스르시알(Sercial - dry, 당분 2%~3%), 보알(Boal - sweet, 당분 8%~10%), 마므세이(Malmsey - very sweet, 당분 10%~14%) 등 여러 가지 타입이 있다.


이젠 디저트 와인의 대명사 포르투갈의 포트도 와인 이야기를 할 차례인데, 다음 주 토요일로 넘긴다.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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