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이탈리아 뿔리아 와인
1712.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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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근대5종 김세희(25) 선수의 팔목이다. 간절함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모습이다. 감동은 최선보다도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절박함으로 만드는 경기들이다.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근재 5종 경기는 펜싱과 수영, 승마와 육상, 사격까지, 이 다섯 종목을 다 잘해야 하는 종목이다.
경기를 앞두고 김세희 선수가 직접 쓴 일기란다. "36명 모두가 긴장하니까 오히려 그 분위기를 즐기고 이용해 보자." "확실히 나는 어제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 동시에 재밌고 설렌다." "간절함으로 따낸 기회를 긴장 따위로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다." 김세희는 '냉정하게, 오늘 안 되는 기술은 고집하지 말자'고도 다짐했다. 우리도 일상에서 필요한 지혜이다. 긴장하지 말고, 이 순간을 즐기는 거다.
긴장보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기-지금에서 나 자신을 믿고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하는 거다. 스포츠에서는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게임을 하는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 있는 집중'이다. 이 말은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다. 그냥 눈 앞에 있는 것을 보라는 말이다. 목표를 보지 말고, 눈 앞에 해야 할 일만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런 거대 담론보다 눈 앞의 일에 우선 집중한다. 팀 페리스는 말한다. "탁월함은 앞으로의 5분이다. 혁신이나 개선도 앞으로의 5분이며, 행복도 앞으로의 5분 안에 존재한다." 이 말은 계획을 싹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빅 픽처의 그림이나 담대한 게획을 세우되, 그 커다란 목표를 가능한 한 작은 조각으로 해체해 한 번에 하나씩 '충격의 순간(point of impact-테니스에서 공이 라켓과 접촉하는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 눈 앞의 일에서 벌어지는 실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실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곧장 새로운 인생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용기가 생겨난다. 실수한 날이 지나,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세상이 끝났다고 해도, 다른 길을 가면 된다. 신은 앞 문이 닫히면, 뒷문을 열어 놓는다. 살아 보니 그렇다.
그리고 한국 체조계에선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재환(23·제천시청)처럼, 자심을 믿고 한 우물을 파는 집념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를 럭비공 같은 선수라고 말한다. 끝없이 순수한 얼굴 뒤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란다. 신재환을 가르친 지도자들이 '럭비공'을 '농구공'처럼 평범하게 튀게 만드느라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 남다른 생각 덕에 신재환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10년 넘게 도마라는 한 우물을 팠다. 그가 긴 부상 터널을 벗어나 화려한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집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죽을만큼 연습을 했다고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대충 보고 대충해서는 글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농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가 '대충'이라 한다. 대충하면, 씨앗이 웅크린 채 말라 비틀어진다. 대충한다는 것은 땅을 뚫고 나와서 꽃샘추위와 맞짱을 뜨지 않는 거다. 그걸 인정한다면, 늦더라도 문제를 클로즈업 해서 미세한 디테일을 포착해야 한다.
어제 코로나 백신 화이자 2차 접종을 했다. 주사를 맞은 부위만 뻐근하다. 잘 모르지만, 생 근육에 이물질을 넣었으니 당연히 아프지 않겠는가? 이쯤에서 시를 한 편 공유하고, 이탈리아 와인 여행을 이어간다. 오늘도 타자와 접속하기 위해, 길을 꿈꾼다." 오늘은 가을을 부르는 입추(立秋)이다. 가을의 길목이다. 24절기의 열세 번째인이다. 말 그대로 하면, '가을이 들어선다'라는 말이다. 입춘, 입하, 입동처럼 말이다. '어정 칠월 건들 8월'이다. 그러나 이젠 가을채비를 시작해야 한다. 입추를 전후하여 마지막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러니 몇 일만 지나면, 된다.
길을 꿈꾸다/조철형
꿈도 가끔 꾸어야
꿈다운 꿈일 텐데
바람은 밤낮으로 꿈을 꿉니다
가는 길 멀고 험한 데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오늘도 길이란 길 다 기웃거리며
길의 끝은 어디일까
상념에 머물 새도 없이 길을 갑니다
뒤돌아서서 바라보면
아득한 길
흔적 하나 제대로 남겨놓지 못한 채
오늘도 길을 갑니다
가다 보면 앞서 간 고귀한 발자국들
만나기도 합니다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엔
아직 먼지조차 일지 않습니다
바라는 것
취하고 싶은 것
다 이루겠다고 잰걸음 치는 길
걸어갈 발자국마다
행복이 발맞춰줄까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orker)가 말한 '훌륭한 와인의 조건'을 8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인 유경종의 칼럼에서 얻은 것이다.
1. 미각과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와인은 대개 "복합적(complexe)"이며, 일차원적인 수준을 넘어선 여러 차원의 향과 풍미를 가진다.
2. 시음자의 관심을 계속 끌어야 한다. 복합적이고 심오한 와인은 시음자의 관심을 붙잡으며, 처음부터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흡입력이 있는 강도 높은 향과 미묘한 느낌으로 가득 찬 여러 겹의 풍미를 지닌다.
3. 훌륭한 와인은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향기와 풍미를 가져야 한다. 호주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신세계 와인 산지의 와인 중에는 지나치게 강조되고(oversized) 진하고(rich) 균형을 잃은(bold, big, heavy) 와인들이 많다.
4. 훌륭한 와인은 개봉 후 마실수록 더 뛰어난 맛을 낸다. 위대한 와인들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기와 풍미를 드러낸다.
5. 위대한 와인은 의문의 여지 없이 숙성되면서 그 품질이 더욱 향상된다. 많은 와인들(특히 신세계 와인들)이 숙성될 수 있다고 레이블에 쓰여 있지만 이것은 단지 상술(商術)에 불과하다.
6. 다른 와인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창적인 개성을 지닌다.
7. 와인 태어난 땅(또는 테루아, Terroir)의 특성을 반영한다.
8. 와인메이커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젠 이탈리아 와인 여행을 떠난다. 우선 다음 지도를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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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장화처럼 생간 이탈리아 반도에서 뒷굽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는 곳이 뿔리아(Puglia)이다. 일찍이 이곳은 그리스인들이 이곳에 식민 도시를 세운 다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렁ㅆ다. 그래서 이탈리아 반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와인 생산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와인 양조 기술은 고대 로마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나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진 뿔리아 와인은 20세기 중반까지 이탈리아 와인 산업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깎아 먹는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이 지역 와인의 95%가 싸구려 벌크 와인이나 브랜디를 만들기 위한 증류용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에 전 유럽에 퍼진 포도밭의 에이즈인 필록세라 때문이었다. 이 필록세라는 뿌리에 붙어 포도나무가 빨아들이는 물을 중간에 다 빼앗는다. 그래 포도나무들이 고사, 즉 말라 죽는 것이다. 당시 필록세라가 거의 모든 유럽 지역의 포도밭을 황폐화 시켰다. 그래 유럽인들은 식탁에서 마실 와인 구하려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인들은 와인 품질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일단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요를 채워야 할 대량의 와인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와인의 공장 역할을 했던 이곳이 이탈리아의 뿔리아와 시칠리아였다. 이 두 지역은 토양에 필록세라가 싫어하는 모래가 많아서 다행히 필록세라가 퍼지지 않았기 떼문이다. 두 지역에서는 닥치는 대로 포도를 재배해서 품질을 따지 않고 와인을 만든 다음 유럽 곳곳에 공급했다. 유럽인들은 형편없는 맛에 투덜대면서도 두 곳에서 만드는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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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 포도나무(vitis aestivalis, vitis labrusca)의 뿌리를 유럽종 포도나무(vitis vinifera)에 접붙여서 필록세라의 공격을 막는 방법이 개발되고,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와인 생산자들이 유럽 각지의 포도밭을 재건하면서 뿔리아 와인은 찬밥 신세가 된다. 게다가 조롱의 대상까지 되었다. 뿔리아 와인 생산자들도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생산 방식을 뜯어 고치고,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기술, 자본, 마케팅 등 모든 요소가 부족했다. 따라서 뿔리아 와이넹 대한 낮은 평가는 계속 이어졌고, 오랫동안 싸구려 대량 생산 와인이란 오명을 ㅆ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량의 저급 와인을 만드는 데 익숙한 이곳 농민들은 고품질 포도를 재배하는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의 고급 와인 생산지에서는 와인의 재료인 포도를 가장 좋은 상태에서 수확하려고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사용한다.
(1) 포도나무가 흡수하는 각종 영양분과 광합성으로 만드는 포도당이 소수의 포도에 농축되도록 가지치기나 어린 포도송이 속아 주기(그린 하비스트, green harvest)로 포도송이 숫자를 줄인다.
(2) 포도가 썩지 않고 잘 익도록 철사를 따라 포도나무 줄기를 묶어서 포도나무 잎이 포도를 가리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다.
(3) 반대로 더운 곳에서는 포도가 햇빛에 시들지 않도록 포도나무 잎으로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준다.
(4) 지열이 필요하면 포도송이가 낮게 열리게 하고, 반대라면 높게 열리게 해준다.
그런데 뿔리아에서는 그동안 이런 노력을 거의 안 했다. 농부들은 대부분 포도품종에 상관없이 포도를 심은 다음 가지치기도 안 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는 식으로 대충 관리한 다음 가을에 포도가 엄청나게 열리면 잘 익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 다 수확해서 그대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러니 좋은 와인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젠 뿔리아 와인도 와인 시장의 고급화에 따라서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이제는 병에 담아 자기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와이너리가 많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수확한 포도의 1/4만 제대로 된 와인으로 생산될 뿐, 나머지 포도는 계속 벌크 와인으로 생산되어서 싼값에 팔려 나가는 실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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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뿔리아는 남북으로 450Km가 넘는 매우 긴 지방이라서 지역에 따라 기후와 토양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지역별로 특화된 포오 품종을 재배한다. 와인 산지도 재배하는 포도에 따라 구분한다.
(1) 포지아(Foggia): 북부지역으로 트레비아노와 몬테풀치아노, 산지오베제를 재배하며 특색 없는 벌크 와인을 대량 생산한다.
(2) 커스텔 델 몬테(Castel del Nonte): 발리의 서쪽 지역으로 우바 디 트로이아(Uva di Toria) 포도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와인을 만든다.
(3) 살렌토(Salento) 반도: 뿔리아 와인 주에서 우수한 것은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 Chardonnay de Salento IGT, 토착 품종으로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프리미티보(Primitivo)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뿔리아 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은 프리미티보 품종이다. 원산지는 이곳이 아니라, 크로아티아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프리미티보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진판델(Zinfandel) 포도 품종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유럽에서 재배하는 츨레냑 키스텔란스키라는 포도도 피리미티보와 DNA 구조가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시장에 많이 알려진 것이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otivo di Manduria) DOC 이다.
오늘 읽을 와인은 <살리스 살렌티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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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lice Salentino(살리스 살렌티노):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지역 와인
(2) D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DOP): 유럽연합 와인 등급. 이탈리아 정부는 DOC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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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arvaglione(바르바글리오네) 1921: 양조장 이름이고, 1921은 양조장의 창립연도이다.
(4) 용량은 750ml, 알코올 도수 14%이다.
(5) 포도품종은 Negroamaro 85% Malvasia Nero 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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