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토요 와인 이야기

박한표 2021. 7. 11. 14:34

1684.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2021년 7월 10일)

코로나-19로 답답한 현실을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너무 아까워서 하루에 한 편만 본다. 저녁 10시 경 손님이 없으면 딸과 와인 한 병을 같이 나누어 마시며, 드라마의 세계에 풍덩 빠진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산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드라마가 정말 내 취향에 맞는다. 서민들의 애잔한 삶의 때가 묻어난다. 어제는 못 봤다.

그저께 본 것 중에 나오는 서사이다. 망한 사람 앞에 두고 망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는 감독에게 배우가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나도 그런 경우이다. 망했지만, 실패했지만, 지금 행복하다. 그땐 외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 같이 힘든 사람들이 소주를 나눠 마시며 고통을 n분의 1로 나누다 보면, 우리는 그 세월을 견딘다. 나도 그때는 소주를 엄청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소주는 안 마신다. 오래 건강하게 마시려고, 와인만 마신다. 그래 내가 와인을 파는 것이 참 다행이다. 난 원가로 마신다.

사실, 우리 주변을 보면, 성공은 희귀하고 실패는 흔하다. 망한 사람을 보며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라고 안심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린 아이가 울고 있다. 인간이 위로 받을 때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볼 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자신의 '다행'을 인식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자 울면 외롭지만 함께 울면 견뎌지는 게 삶이다.

장마 같지 않은 장마가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코로나-19를 데리고 빨리 떠났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공유하는 시와 같은 여름이 빨라 왔으면 좋겠다.

여름/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오늘은 토요일이라 와인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번 주부터는 이탈리아의 베네또(Veneto) 지역 와인 여행을 한다. 이탈리아는 전국이 와인 생산지이지만,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 지역으로 세계적인 지명도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는 토스카나(Toscana), 피에몬테(Piedmonte), 베네토(Veneto) 등이 꼽힌다. 오늘은 그 세번 째 지역인 베네또를 찾아간다.

위 사진은 <아사검달>이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베네또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곳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 베로나와 곤돌라의 망만이 깃든 수상도시 베네치아(베니스)가 있는 곳이다. 베로나는 매년 Vinitaly(이탈리아 와인 박람회, 매년 4월에 개최)가 열리기도 한다. 참고로 와인업계에서 인정하는 세계 3대 와인 박람회는 빈이탈리(Vinitaly),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빈엑스포(Vinexpo), 독일에서 열리는 프로바인(Prowein)이다.

베네또 지방의 베로나는 토스카나의 끼안띠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을 세게에 알린 와인의 2대 고장이다. 베로나 지역의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 소아베(Soave)와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바르돌리노(Bardolino)로 유명한 지역이다. 모두 가볍고 신선한 느낌의 와인으로 값이 싸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아베(Soave)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와 함Rp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이탈리아 대표 화이트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착품종인 가르가네가(Garganega)를 70% 이상 사용하며, 트레비아노(Trebbiano),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샤르도네(Chardonnay) 등을 블렌딩해 만든다. 오크 통에 숙성 시키지 않고 생산하며, 담황색에 과일 향과 절제된 풍미가 특징이다. 산도가 좋으며 주로 생산한지 3년 이내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 좋다.


바르돌리노(Bardolino)는 이 지역의 토착 품종인 코르비나(Corvina)를 주품종으로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 등을 섞어서 만든다. 코르비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착 포도 품종으로 베로나 지역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며, 가벼운 바디감, 높은 산도, 부드러운 탄닌과 체리 향이 특징이고, 비싼 와인일수록 블랜딩에서 코르비나의 비율이 높으며 단일 품종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르돌리노는 매우 가벼운 편이고, 밝은 루비 칼러에 체리 향이 특징이다. 산도가 높고, 출시 후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식전 요리, 해산물, 생선 등과 잘 어울리고, 피자, 파스타 류 등 주로 가벼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발폴리첼라(Valpolicella)는 베로나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지역을 가리킨다. 이곳에서는 지역명과 동일한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발폴리첼라 수뻬리오레 그리고 스위트한 레치오또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와 드라이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 등의 DOC 와인이 생산된다. 사용되는 포도품종은 코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든다. 발폴리젤라는 어원적으로 보면 '많은 셀러가 위치한 계곡'이다. 이 와인은 아름다운 체리 빛과 풍미, 섬세하고 감미로운 향이 특장적이다. 부드러운 탄닌과 미디엄 바디의 마시기 쉬운 와인이다. 수뻬리오레의 경우 1년 이상의 숙성이 필수 적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와인으로 특이한 방식으로 제조하는 와인이 있다. 포도를 수확한 후 그늘에서 2-3개월 정도 건조를 한다. 그러면 당분이 농축된다. 그 농축된 과즙으로 만든 와인으로 레치오또(Recioto)와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꼬(prosecco)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포도를 수확해서 그 포도를 그늘에서 2-5개월 건조시켜 당분과 향미를 농축 시켜 만드는 것이다. 이 포도를 사용해서 만든 와인 중 달콤한 와인을 레치오또, 완벽하게 발효시켜서 드라이하게 만든 것이 아마로네(Amarone)이다. 이 방법을 '아빠씨멘토(appassimento)'라 한다. 이 방법은 최상의 포도만을 선별해 약 5개월 가량 건조, 당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한때 발폴리첼라에서는 레치오또만이 유일하게 생산되었다. 그런데 동일한 방식으로 양조했음에도 본래의 레치오또보다 훨씬 드라이한 와인이 나타났다. 이렇게 우연히 탄생한 보물이 아마로네이다. 워낙 뛰어난 품질의 포도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손이 많이 필요한 탓에 그 생산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마로네, 이 와인은 포도를 수확한 후 3∼5개월 동안 시원한 실내에서 말려 당분함량을 높인 뒤에 만드는 와인이지만, 포도즙 내 당분을 완전 발효시키기 때문에 단맛이 없다. 알코올 함량이 14%~16%로 이탈리아 레드와인 중 가장 강한 맛을 지니고 있다. 레치오또는 아마로네보다 더 달고 부드럽다. 레치오또 용 포도는 일반적으로 아마로네 양조용 포도보다 더 늦게 수확하여, 높은 당도를 유지하게 만든 것이다. 당분 함량 또한 훨씬 높다. 건조기간도 아마로네보다 길어서 더 강렬하고 농축된 아로마, 자연적인 달콤함을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레치오또의 단 맛을 뺀 드라이한 와인이 아마로네이다. 레치오또는 디저트와인이다. 아마로네는 잔류당도가 거의 없어 드라이한 맛의 와인이 된다. 레치오또는 아마로네보다 늦게 수확하고, 건조기간도 더 길게 해서 농축시켜 발효하기 때문에 당분이 남아서 스위트 와인이 된다.


리파쏘(Ripasso)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아마로네를 만들고 남은 포도껍질을 이미 완성된 발폴리첼라 와인에 넣어서 만든 것이다. 마씨(Masi) 양조장의 깜포피오린이 유명하다. 이번 주는 개관을 하였고, 다음 주부터는 개별 와인들을 갖고 다시 와인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권오삼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