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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삶의 공식을 ‘30+30+40’으로 바꿔야한다고 하는 이가 많다.

박한표 2024. 11. 22. 14:32

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20일)

지난 주는 계속해서 "스마트 에이징", '현명하게 나이 들기'에 대해 생각하고, <인문 일지>를 쓰고 있다. 이번 주도 서울대 한소원(서울대 심리학) 교수의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으며, '어른'이 되는 길을 찾아 볼 생각이다. 나이 듦의 패러다임(가설)을 바뀌고 싶기 때문이다.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은 이젠 유효하지 않다. 젊어서 열심히 일해야 노후에 쉴 수 있다고 하는 말도 다 맞지 않다. 노후를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 것 자체도 모순이 있다.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come)."프랭 시나트라의 노래 제목이다. 쉬지 말고 그날까지 나의 삶에 행복과 사랑과 의미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그것에 더욱 가까이 다가 보자. 그리고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자. 의미 없는 성공이나 곧 사라질 욕심에, '남들이 한다니까 나도 해야 하나'라는 허무한 생각과 무의미함에 넘어가지 말자는 거다.

2021년 초에 발표된 <전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는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다른 심리 연구들을 보아도,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예컨대, 한소원 교수는 스텐포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라 칼스텐슨(Laura Carstensen) 연구팀을 소개했다. 그들은 '나이'와 '삶의 질' 관계를 연구해왔는데, 그 관계이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꼽았다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미래 시간에 대한 관점(시간 조망, Time Perspective), 목표의 우선순위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선택이다.
- 미래 시간에 대한 관점: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더 생각한다는 거다,.
- 목표의 우선 순위: 연구에 따르면, '성취적' 목표에서 '정서적' 목표로 삶의 우선 순위를 바꾸면, 정서적 사회적 환경을 선택하는 능력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제한된 에너지를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에 차선의 방법을 생각해 낸다. 즉  활동 할 때 우선 순위를 정하고 목표를 선택하는데,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목표로 변한다는 거다. 노인들은 젊었을 중요시하며 살았던 성취의 동기보다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내적인 기쁨을 찾는다는 거다.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환경을 피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정서적 선택으로 변화한다는 거다. 이 선택이 곡 정서조절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오늘 주제가 살면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의 문제이다. 물론 그 문제는 우리 자신의 선택이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선택하고 어떤 정서를 경험할지를 선택하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이다. 이런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모여서 우리가 살아가는 전체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 사회적 환경이 바뀌고 있다. 이젠 100세가 현실이다. 대한민국 생명표를 살펴보면, 1960년 52.4세이던 평균 수명이 2000년엔 75.9세로, 40년 사이에 무려 23.5세가 늘어난 사실을 알게 된다. 평균 수명이 1년에 반 살 정도 씩 늘어난다. 이를 토대로 ‘20세기 삶의 공식: 30+30+30’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부모 보호 아래 30년 살다가, 부모 노릇 하며 30년을 살고, 환갑 이후는 자투리 인생, 즉 여생(餘生)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갑 후 30년을 더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년 이 지난 현재는 21세기 삶의 공식을 ‘30+30+40’으로 바꿔야한다고 하는 이가 많다. 정말 장수 시대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미리미리 노후 준비를 해 두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삶이 길어지면서 개인의 삶의 모습도 변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삶의 사이클, 그러니까 '교육-직장-여가'라는 인생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노후 준비는 다만 경제적인 준비 뿐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열심히 일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교훈은 당연히 중요하다. 게으르거나 순간의 쾌락만 추구하는 삶은 미래 뿐 아니라 현재도 망칠 것이다. 그렇지만 젊어 한철 열심히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것도 반쪽자리 교훈이다. 왜냐하면 노후를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당연히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쉬기 위해서 인생을 달려 가는 것은 아니다. Now-Here. 삶은 지금 여기이다. 행복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현재 뿐이다.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게, 그렇게 오늘을 살고자 한다.

나도, 한 교수처럼, 은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이 들었을 때에 또 다른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기대한다 나이는 계속 들어가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기회가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 할 것이다. 은퇴라는 것은 그 순간부터 일과 삶을 멈추고 시간을 메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목표 아래 도전하며 살아가야 한다. 경제적 준비는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계속 열정을 가지고 매일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은 황규관 시인의 시를 공유하려 한다. 나는 몇 년 전, 황규관 시인의 다음 글을 읽고 적어 둔 적이 있다.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즉 지극히 일반화된 논리와 어휘를 무비판적으로 구사하려는 욕망들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빅데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글쓰기'라고 부른다." 이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생략한 채, 독자들에게 아부하며, '좋아요'를 구걸하는 글들을 말하는 것 같다. 황규관 시인에 따르면, "그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이 되려는 욕망에 가깝다. 진정 창의적인 글은 빅테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글이다. 이런 글쓰기를 '소수자 글쓰기'라고 부른다." 나도 '소수자 글쓰기'기 보다, '빅 데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글쓰기'를 부러워하곤 한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자본의 노예가 아닌가 반성하며, 뜨끔했던 적이 있다.

지난 주말은 다들 김장으로 바쁘다 한다. 겨울나기를 위해 인간은 서둘러 김장을 하고, 산짐승은 굴을 파고 들어간다. 어제와 달라졌다는 건 계절뿐 아니라 신상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강을 건너는 행위도 변화를 뜻한다. 강을 건너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망설임이나 설렘, 두려움은 없다. 강 건너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므로 “몸서리쳐지는 도약”일 수도, 추락일 수도 있다. “써지지 않던 시가 급습할 것만 같”다는 표현으로 보면, ‘시인의 길’인 듯하다.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건 ‘사랑의 힘’이다. 곁에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실패를 거듭해도 “끝까지” 갈 수 있다. 나는 지금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랑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따뜻함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평균 수명을 가진 직업은 성직자와 지휘자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늘 감동하기 때문이라 한다. 평범한 우리도 날마다 감동하며 살면 오래 살 수 있겠지? 감동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그 따뜻함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매사에 감사해 하고,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산다. 사랑은 따뜻함에서 오는 것이고, 그 따뜻함은 우리가 감동받았을 때 얻는 에너지와 같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사진을 보니 따뜻하다. 그걸 뜨개질 한 사람은 더 따뜻하다. '사랑의 힘'이다. 이 사진을 보고, 따뜻한 "사랑의 힘"으로, 황야에 홀로 선 듯 외롭고도 고독한 삶을 견딜 생각이다. 별들이 “울고 있는 전율” 같은 세상을 만나는 그날까지.

사랑의 힘/황규관

어제와는 또 달라졌어
입동 하루 전에 찬비가 내리고
두꺼운 옷을 내 입고 강을 건널 때
어제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
끝까지 가야만 처음에 도달한다는 거
분명 어제와는 달라졌어
몸서리쳐지는 도약 아니면 추락일지도 모르지
두려움일까
아픈 기쁨일까
오늘은 어지러운 모습으로 달라졌어
써지지 않던 시가 급습할 것만 같지
이게 다 사랑의 힘인 것도 같고
지금껏 자초한 일들의 숨가쁜
업보인 것도 같고
하지만 더 아파도 좋다는 고독이 찾아왔다는 느낌에
나는 강을 건너고
눈앞은 여전히 황야야
별들이 가득 울고 있는 전율이야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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