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

박한표 2024. 4. 3. 13:59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이탈리아 와인(2)

오늘은 토요일로 와인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토요일이 금방 금방 온다. 세월이 나이 따라 달리는 속도가 다르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시속 60Km로 달린다. 장자는 우리의 삶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사는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흰 말이 벽의 갈라진 틈새를 내달리며 지나치는 순간 정도다. 홀연할 따름이다!"(『장자』 외편 "지북유") 이를 간단히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 한다.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 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틈새를 하얀 말이  확 지나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금년도는 매주 토요일마다 비가 온다. 그래 오늘 아침은 본격저긍로 비가 오기 전에 주말농장에 나가 온갖 것들을 심었다. 브로콜리, 울금, 자색 감자, 비트 등을 비 오기 전에 모종으로 심었다. 다 옆 밭에서 얻은 것들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비 오기 전에 집에 오는 길에 찍은 것이다. 흐린 날씨이지만, 파스텔 채색의 자연이 아름답다.

어제는 우연히 이런 기사를 읽게 되었다. "매일 저녁에 와인 세 잔은 반드시 마신다. 지극한 와인 사랑이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0) 이야기다. 와인 세 잔이면 3분의 1병 혹은 절반 정도 양이다. 이 교수는 이를 “6년째 지속하고 있는 건강 습관”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백혈병 소아암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그는 와인을 마신 후 몸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는 폭음을 하면 다음 날 ‘해장’을 위해 폭식"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6년 전부터 체중이 500g 이상 변화한 적이 없도록, 완벽하게 체중을 조절하고 있다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주장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전과 같은 양의 운동을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와인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함께 먹는 음식도 담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덜 맵고 덜 짠 식단으로 바꿨다. 싱거운 김치찌개를 먹고 고추장을 넣지 않는 봄나물 비빔밥을 먹는다. 특히 멀건 봄나물 비빔밥은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다 한다." 나도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즐긴다. 그러다 보다, 이 교수처럼, 나도 미각이 살아났다. 예전에는 음식이 나오면 그냥 먹기 바빴는데, 요즘은 향을 먼저 느끼고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육류를 많이 먹는데도 다른 서양인보다 심장병에 덜 걸린다는 말이 있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레드 와인에 폴리페놀이나 레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 물질이 다량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물질들은 항암 효과를 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 지질단백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와인에 들어있는 이 성분들이 실제 인체에 작용해 이런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의학적 데이터는 부족한 편이다"이라 한다.

그러나, 이 교수에 따르면, "와인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이 교수는 와인이 비만을 막아준다는 해외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를테면 ‘엘라그산’이라는 식물성 페놀이 지방간과 비만을 막아주는데,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에는 이와 유사한 ‘엘라그타닌’이 존재한다. 오크 숙성이 잘된 와인을 마시면 지방간과 비만 위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미국 퍼듀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레드 와인에 비만을 억제하는 물질인 피세아타놀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지방세포가 생기거나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고 한다.

소주 마니아였던 그가 와인 마니아로 바뀐 계기는 6년 전이다. 사촌동생이 와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술을 좋아하니 재미로 참여했다. 그의 말을 공유한다. "처음엔 와인의 다양한 맛에 끌렸다. 때론 시큼하고 때론 달달했다. 와인마다 풍기는 향도 달랐다. 늘 같은 맛에 화학 물질 냄새가 나는 소주와 달랐다. 매번 다른 사람과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기분이랄까. 와인에 호감이 생기자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 졌다." “알고 마시면 그만큼 느끼는 것도 많아집니다. 많은 사람과 즐겁게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더 건강해지죠. 은퇴한 후에는 와인 강의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얻은 것 하나 더 있다. "와인을 마신 후 생기는 두통은 이유가 다양하다. 와인 속에 들어있는 방부제가 원인일 수 있지만 와인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나 히스타민 성분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 성분이 혈관을 확장 시켜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시면서 물을 자주 마셔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오늘도 박노해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나는,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 온 이후,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원장을 10년 하였다. 그때, 프랑스에서부터 사랑했던 와인을 다시 체계적으로 공부하였다. 그 결과 2007년도에 대왕사에서 <와인, 아는 만큼 즐겁다>란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사랑한 만큼 보인다" 이다. 더 좋은 담론이다.

사랑한 만큼 보인다

사람은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 불가능한 것처럼
모든 면에서 나쁜 사람이 되기도 불가능하다

사람은 모든 것에서
훌륭하기가 힘든 것처럼
모든 것에서 형편없기도 힘들다

사람은 인생의 모든 시기에
잘 나가기가 어려운 것처럼
인생의 내내 헤매기도 어렵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것을 잘하기가 어려운 만큼
모든 것을 못하기도 정말 어렵다

사람은, 사랑하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다

이젠 지난 토요일에 이어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지난 주에도 발했던 것처럼, 다음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탈리아는 전 국토가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생산량이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기다란 국토 위도 상으로 알프스의 47도 남쪽으로 37도에 이르기 까지 위도 상 무려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그 때문에 기후가 지역마다 다양해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지역 별로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와인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지도를 다시 한 번 더 공유한다. 와인을 잘 이해하려면, 지도 보기를 즐겨해야 한다. 유럽의 와인들은 라벨에 와인 산지를 반드시 명기하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 지역으로 세계적인 지명도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는 토스카나(Toscana), 피에몬테(Piedmonte), 베네토(Beneto) 세 곳이 꼽힌다.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 전 편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2021년 3월 27일 자를 보시면 된다.

오늘은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띠 끌라시코> 와인을 한 병 정해 읽어 본다.

(1) 병목의 수탁 그림: 병목의 라벨에 수탁 문양을 이탈리아어로 갈로 네로, Gallo Nero라 한다. 이 그림은 끼안티 끌라시꼬 와인에만 붙어 있다. 이 것은 끼안띠 끌라시꼬 지역 와인생산자조합의 상징으로 최고급 품질임을 입증하는 표시라 한다. 끼안띠 끌라시꼬는 적어도 80%의 산지오베제를 이용해 양조해야 한다.

끼안띠 끌라시꼬는 토스카나 지방의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와인 생산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이탈리아에는 이처럼 와인 생산지와 와인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다. 끼안띠 끌라시꼬 병목의 라벨에 붙은 수탉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토스카나 지역의 맹주를 차지하기 위해 피렌체와 시에나는 치열한 전투를 했다. 피렌체와 시에나 군사들은 매일 이어지는 전투에 지쳐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더 싸우지 말고 닭을 한 마리 씩 준비했다가 내일 아침 닭이 먼저 우는 쪽이 이기는 쪽으로 하자는 의견이었다. 두 지방 모두 그 생각에 동의하고는 닭을 준비했다. 시에나 쪽에서는 아침 일찍 힘차게 울라는 의미에서 실컷 먹인 후 잠을 자게 했고, 피렌체에서는 닭을 쫄쫄 굶겨서 자게 했다. 결국 배가 고픈 닭이 먼저 일어나 울었고 승리는 피렌체로 돌아갔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까만 수탉은 평화의 상징이자, 전장이었던 끼안티 끌라시꼬 와인을 의미하는 표식이 되었다. (참고: 고형욱, <와인 견문록>, pp.238∼239.)

(2) Cafaggio(카파지오): 양조장 이름이다. 그 위의 그림은 아마도 이 양조장 문양같다.
(3) CHIANTI CLASSICO(끼안띠 끌라시꼬): 이탈리아의 국민 와인인 끼안띠가 생산되는 곳은 토스카나 지방(중심도시 피렌체)이다. 끼안띠는 7,000개나 되는 밭에서 수백 명의 생산자들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맛은 각양각색이다. 끼안띠는 호리병 모양의 피아스코(fiasco) 병 아랫부분을 ‘라피아’라 불리는 짚이 싸고 있는데, 그 특이한 모양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고 비용과 위생 문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끼안띠 와인 병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이탈리아 농부들은 밭에서 일을 할 때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와인 병을 짚으로 싼 후 새끼줄로 매어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마셨다고 하는데, 이러한 풍습이 전해내려 오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한 모양의 피아스코 병이 생겨난 것이다. 옛날에는 와인이 식수대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끼안띠 와인은 산지오베제 최소 75%와 까나이올로, 뜨레삐아노 등을 섞고, 게다가 청포도인 말바시아를 5~10% 정도 혼합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숙성은 2년~5년이며 리제르바는 보다 오랜 숙성이 가능하다. 와인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화이트 포도품종을 섞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이렇게 청포도를 블랜딩한 끼안띠 와인들을 견고하지 않아서 장기 숙성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끼안띠 지역 내에서도 토양과 기후조건이 특별히 좋은 곳이 있는데, 이를 끼안띠 끌라시꼬(Chianti Classico)라고 따로 분류한다. 이 와인은, 위에서 이미 말했던 것처럼, 병목의 라벨에 수탁 문양이 인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Denomi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a(데노민아지오네 디 오리진느 콘트롤라타 에 가란티아): 1 등급 와인이라는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250여 개 지역에서 DOC급 와인이 생산된다. DOC 와인은 특정 지역으로 등록된 포도 밭에서 정해진 양만큼 생산이 가능하다. DOC 와인 중 최소한 5년 이상의 시간 동안 훌륭한 품질을 보인 와인에만 특별히 DOCG등급이 주어질 수 있다. 특히 양조와 병입 단계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되는 엄격한 품질 검사에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DOC 와인이 무게로 판매할 수도, 큰 병에 담아 판매할 수도 있지만, DOCG 와인은 5l를 초과하는 용기에는 담을 수 없다. 그리고 DOCG로 지정되면, 다음 사진 처럼,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그 품질이 보증 되며 인증 마크가 병 목 부분에 부착된다. 추가된 G는 가란티타(Garantita)의 약자로 ‘보증’이란 뜻이다. 현재 DOCG급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끼안띠,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카티나라, 아스티 스푸만테, 말바나 디 로마냐, 타우라시 등 모두 25개 지역이다. 화이트와인(11개)보다 레드와인(21개)이 많다. 첫 DOCG는 198년에 지정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이다.

(4) VENDEMMIA 2016(벤데미아 2016): 이탈리아어 빈티지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2016년 빈티지이다.

(5) Panzano  in Chianti(빤자노 인 끼안띠): 토스까나의 끼안띠 지역 중 판자노에 있는 포도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말이다.

토스카나 지방에서 끼안띠 이외 우리에게 알려진 지역으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Brunello란 산지오베제와 같은 뜻의 토종 포도 품종+Montalcino는 지역 명)>,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등이 있다. 다음 주로 넘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박노해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